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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리와인드 Jul 11. 2019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저항과 표출 ‘릴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단편영화 릴리 (Lili)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리와인드'

(www.cine-rewind.com)


▲ 영화 '릴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자신의 과거 성폭력 피해사실을 폭로하며 사회의 변화를 촉구한 미투 운동(Me Too movement, #MeToo)은 사회 각 분야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권력형 성폭력의 심각성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의 용기가 더욱 주목되고 박수를 받는 이유는 성범죄 피해자가 받는 부정적 시선을 견디며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성의 역사>를 통해 당시 국가가인구수 조절을 위해 사회적 성 방향성을 작위적으로 결정했음을 지적했다. 일반적인 남녀의 사랑만 정상범주로 고려하였으며, 성소수자나 장애를 가진 자들의 사랑은 철저히 묵살되었다. 해당 형태는 현대 사회에도 만연하다. 당장 TV를 틀어도 드라마 속에는 선남선녀 간의 사랑이 주된 주제이고 이들의 사랑만 아름답다는 담론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선남선녀가 출연하지 않는 사랑 드라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성의 담론은 사회 규범으로 이어졌다. 결혼과 출산을 전제한 섹슈얼리티만을 ‘정상’으로 간주하며 사랑하지 않는 다른 이와의 육체적 교류는 부정적 시선을 수반하게 되었다. 해당 규범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족쇄가 되었다. 가해자의 일방적 욕구에 의해 초래된 성범죄임에도 피해자의 섹슈얼리티에 훼손이 초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들은 2차 피해의 대상이 된다.

 

2018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미투운동의 가장 중요한 밤 중 하나였다. 할리우드 탑스타들은 남녀불문 드레스코드를 블랙으로 통일하며 은폐되어있던 권력형 성범죄 문제를 공론화하고 타파를 도모했다. 절대적 권력을 가진 감독이 캐스팅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악용하여 배우를 성폭행하는 범죄는 전형적 권력형 성폭력의 형태이다. 문제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피력하기에 참으로 어려운 구조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감독의 우월적 지위와 사회적으로 높은 평판으로 인해 피해자의 용기는 억압 왜곡될 수 있고 각종 불이익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농후하다. 영화 ‘릴리’는 네덜란드의 한 여배우가 오디션을 보며 겪는 권력형 성범죄를 다룸과 동시에 ‘저항’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침묵'이 아닌 '저항'을 통해 극복의지를 드러낸 주인공


▲ 무리한 요구에 불쾌함을 표현하는 주인공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해당 영화는 여배우(리사 스밋)만 프레임에 담기며 관객의 시선은 권력을 지닌 감독의 시선과 동일시된다. 감독은 권력을 이용해 그녀에게 여성성을 상징하는 팜므파탈적 요소를 강요한다. 이 과정에서 여배우가 당황하며 불쾌함을 느끼는 감정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영화 속 감독은 개인의 어두운 욕망충족을 위해 순수한 열정을 가진 여배우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녀의 신체를 접촉하기에 이른다. 이는 전형적인 권력 성범죄이다. 이때 ‘릴리’의 잎케 반 베르켈라어 감독은 여배우의 저항과 분노표출을 통해 사회개혁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배우는 권력관계에 종속되지 않고 감독을 물어뜯는 행위를 통해 분노를 표출한다. ‘침묵’이 아닌 ‘표출’을 택한 그녀의 행동은 부조리의 주체와의 갈등과 분열을 창출하며 긍정적 물결로 이어진다. 미투 운동은 착취된 흑인, 노동 계급 여성 등 모든 계층 차원의 문제이다. 영화 속 여배우가 보여준 저항은 영화계뿐만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개선에 기여할 것이며, 우리도 그들의 용기를 공감하고 수용할 태도를 갖춰야 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중들의 객관적이고 현명한 의식

 

피해자들의 용기가 희석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투운동을 악용하는 자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춰야한다. 미투 운동 특성 상 오래전 사건에 대한 당사자의 기억과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주된 증거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자익을 위해 거짓 폭로와 조작을 하는 행위는 미투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피해사실이 있는 사람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영화 속 여배우와 같이 피해사실을 표출하는 자들을 적극지지, 존중하되 대중들은 신중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미투운동이 보다 올바른 방향성을 갖추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



글 / 씨네리와인드 오승재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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