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아침>

by 이지은


물어보고 싶다. 눈을 뜨면 창문 커튼 사이 반짝이는 햇살이 비치고, 가뿐한 몸에 오늘 하루는 어떨까 설레는 마음으로 일어난 아침이 있는지. 좋아하는 음악에 향이 좋은 커피 한 잔과 신선한 샐러드를 먹으며 여유로움을 즐기는 아침. 그런 건 ‘나 혼자 산다’에 특별 출연한 연예인의 현실성 없는 설정 컷 아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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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은 까치집 지은 머리와 부은 얼굴과 자석 같은 침대에서 억지로 일으켜진 몸뚱이뿐. 직장인은 허겁지겁 출근 준비에, 주부는 가족 챙기기에 바쁘고. 잠이 모자란 학생이라면 기어코 오고만 아침을 줘 패고만 싶을지도 모른다. 프리랜서인 나조차도 씻고 아침 차려 먹고, 고양이 집사 노릇하다 보면, 유유자적한 아침은 물 건너 간 얘기다. 이렇게 쓰고 보니 아침을 엄청 싫어하는 사람 같은데, 미취학 아동일 땐 아침이 오면 또 놀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아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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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른이 된 후로도 좋아하는 아침은 있다. 바로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아침이다. 시끄러운 알람에 일어날 필요도 없고, 어디를 가볼까 설렘에 눈이 번쩍 떠진다.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남이 차려준 아침과 모닝커피를 즐기는 건 일상에서 쉽게 누리기 어려운 사치이지 않은가. 무엇보다 현생 걱정은 잠시 잊은 채 꿀잠을 자고 일어나서인지 몸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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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일상을 벗어나야만 아침을 사랑할 수 있는 건가 하면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온갖 풍파에 시달려 물먹은 솜처럼 처지는 밤,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날에도 희망을 놓지 않게 되는 건 새로운 해가 뜨고, 또 다른 아침이 오기 때문이다. 가뿐하게 일어날 수는 없다 해도, 아침이 없었다면 다시 움직이자는 마음조차 갖기 힘들겠지.

언젠가 여의도에 있는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 여유로운 주말 브런치를 한 번 즐겨 봐야겠다 생각했었다. 이름이 마음에 들어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얼마 전 문을 닫았단 소식에 아쉽더라. 다가오는 주말엔 멋진 브런치는 없더라도 해야 할 일들에 반쯤 눈 감고 느긋한 아침을 누려봐야겠다. 미루기만 하면 원하는 아침은 오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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