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를 자르려 칼을 갈다 현타 맞은 날.
무디게, 더 무디게, 아무렇지 않게.
수없이 감정을 갈아온 탓에,
어떤 정신과 전문의는 “그렇게 모든 감정과 생각을 매번 스스로 되묻고 분석하면 힘들지 않으세요?”라고 물었고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이젠. 그냥 느끼는 게 뭔지”라고 대답했다.
파리에 오면 글이 잘 써진다. 헤밍웨이를 비롯 수많은 문호들이 이 도시에서 영감을 얻어간 이유는 이 화려한 도시에서 스스로의 존재와 혼자 맞서 싸웠기 때문 아닐까.
화려하지만 외롭고 아름답지만 더러운 이 도시를 미워하며 동시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사는 곳이 내가 되는 법이다.
그렇게 미워하지만 사랑하는 나 자신처럼.
감정이란 머리가 이해하기 전 단계의 고양감, 흥분, 호기심이 뒤섞인 현상인듯하다.
아직 모르기에 흥분되고 설레서 땅 밑 뼈다귀를 찾는 개처럼 집중하여 파고 또 파고 파헤치다 결국 머리가 이해하게 되면 흥미를 잃고 다른 곳으로 뛰어가게 되는 것.
감정이란 이성이 인지하기 전 냄새를 맡는 개코같은 것이라면 감각이란 그 파묻힌 진리를 찾아내기 위해 땅을 파헤치는 앞발 같은 거려니.
감정이 식는다는 것은 이성이 이 현상의 진리를 충분히 이해한 결과인 것 같다. 슬픔도, 분노도, 기쁨도, 사랑도 그 현상의 한 형태에 지나지 않으며 이성이 이를 해석하게 되면 결국 잠잠해지는 이 상태가 너바나 즉 열반인 거겠지.열반에 못 이른다는 것은 지식, 지능, 경험, 감각 혹은 시간이 부족해서 일거 같다.
베수비오 화산의 그 불을 가져와
지펴줄 사람이
네가 되어주길 바란다.
나는 장황하게 불타올라
시뻘겋게 타올라
저 하늘 끝까지 솟구쳐 올라가리라.
독한 여자는 마녀 같은 존재이니
내 마지막도 화형대에서 맞이하리라.
-니체의 극복인(Übermensch)과 삶의 예술을 읽고. 첫 산문시 ,이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