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30일 어느 폭죽 소리에 현타 맞은 날
난 폭죽 소리가 싫어.
한 발, 두 발 펑펑 공기를 밀어내며 터지는 그 소리가 들리면 어느 순간 ‘총격인가, 테러인가’ 싶어서.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밤.
친구들과 만나서 출출하던 참에 어디로 가서 저녁밥을 먹을까 고민한 그날. 우린 파리 11구의 르 쁘띠 깜보지를 갈지 13구에서 밥을 먹을지 고민하다 결국 11구는 너무 멀어서 13 구로 가기로 한 그날.
인터넷이 안 터지는 지하철 안에서 우린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조차 모르고 웃으며 저녁밥을 먹으러 간 후, 집으로 돌아와 뉴스를 보고 알았어.
파리에서 너무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단 걸.
단 한순간 결정을 달리해 우리가 11 구로 가기로 했다면 테라스에 앉아 난사된 칼리스코프 소총의 총알을 맞고, 그 좋아하던 거리 위에서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그게 우리가 될 수도 있었단 걸.
다음날, 페이스 북에는 ‘나는 무사해요’라는 프랑스 국기가 그려진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며 나는 살아있다는 걸 알려야 했어.
평소에 사 보지도 않은 샤흘리엡도 를 지지하며 ‘나는 찰리’라며 테러를 규탄하는 운동이 있었지. 테러리스트들이 말한 자신들이 겪은 전쟁의 일부를 너네 유럽인들 중심에서 겪게 해 주겠다던 말이 기억나네.
내가 좋아했던 데이트 장소가 시사면에 걸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겪었어. 폭죽이 터질 때마다 난 아프가니스탄에 온 기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