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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케 Sep 16. 2021

슬리퍼와 쿠션 사이

자던 중 그리움에 습격당해 현타 맞은 밤

“올리야 좀만 절로 가”


내 엉덩이 밑에 누워서 점점 발로 밀어 주인을 침대 밖으로 밀어내는 괘씸한 강아지 같으니라고.


잠결에 올리를 밀어내기 위해 손을 뻗었고 올리는 평소보다 털이 더 없었다.

네 발 달린 내 자식 올리


그래, 여긴 파리가 아닌 한국이지.


올리라 생각하고 밀어내려던 쿠션을 다시 끌어당겨 괜스레 품에 안아본다. 혹시라도 그 구수한 강아지 냄새가 날까 기대하며 코를 파묻었다.

접힌 귀가 괜히 슬퍼보여 안쓰러워

올리는 파리에서 자꾸 내 슬리퍼를 가져다 자기 침대에 갖다 놓든다던대…2년 만에 다시 파리에 돌아갔을 때, 날 잊어버리고 덜덜 떨며 한구석으로 자리를 피했을 땐 그게 그렇게 서운하더니… 개털이 뭐라고 난 이거 하나 떼 버리질 못하나.


 지능지수 41위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답게 빨리 날 잊고 행복해졌으면. 길지도 않은 견생이 그리움으로 채워져 버리질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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