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전부터 지금까지도 이곳에서 가장 큰 배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 것이, 다양한 사람들은 만나서 다양한 생각, 다양한 삶을 보고 듣는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다양함을 통한 배움은 언젠가 세상에 쓰임 받을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달 여가 지나니 막연하게만 그려지던 구성원들의 다양함이 조금씩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그간 한 발 떨어져서 아이가 전해주는 소식을 들으며, 어려운 면에서도 배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만 치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꿈틀리에 대한 꿈과 환상을 키워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학식에서 오연호 이사장님이 하셨던 말씀을 그새 까맣게 잊고, 이곳에서의 교육에 환상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꿈틀리 문제 많습니다. 그 사회가 가진 문제가 동일하게 존재하고, 그것을 함께 해결해가는 법을 배우는 게 학교라고 합니다."
모든 아이가 꿈틀리에 입학하기만 하면 적극적으로 활동하리라는 찬란한 착각을 가졌던 것 같다.
아팠던 만큼, 갑작스럽게 속도를 바꾸는 만큼, 방향을 찾아가는 만큼, 함께 생활하는 낯섦이 어색한 만큼... 다시 시작하는 각자의 속도가 있을 것인데. 한 발 떨어져서 보니 그 속에 있는 아이들의 현실을 보는 것에 섬세하지 않았던 것도 같다.
아니, 그 현실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일부러 그랬던 면이 있다. 학교의 소식을 전해주는 주변 목소리에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한쪽 귀 정도는 막고 지냈다.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싶었고, 다른 가치관에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해오던 습관이 꿈틀리까지 가져와졌나 보다.
7기 아이들을 직접 만날 기회들이 생기면서 꿈틀리에서는 조금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이만의 엄마가 아니라, 품을 좀더 넓혀두고 필요한 시기에 내어줄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여전히 적절한 거리는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7기 아이들에게도 학교에도 심지어 내 아이에게도.
그 중심엔 아이를 믿고, 7기 아이들을 믿고, 아이들의 성장을 믿는 꿈틀리 선생님들을 믿자. 그리고 믿음은 유지하되, 과하게 찬란한 착각을 하거나, 과하게 어두운 착각은 하지 않기로 하자.
벚꽃 피었던 시기의 꿈틀리 교정
안이는 그 다양함 안에서 자신을 얼마나 드러내 보이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 손을 내민다는 이야기는 가끔 전해진다. 7기 친구들 모두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고, 도움을 줄 줄도 아는 건강한 관계로 다져져 가기를 바라본다.
"7기들아,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문제는 당연히 존재할 것이고,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끝내 다같이 소리내어 웃을 수 있는 7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 과정에서의 배움이야말로 너희의 지금에 가장 소중한 배움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