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리의 스케줄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일정이 꽉 채워진 것 같기도, 구멍이 숭숭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 2년간 홈스쿨러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던 안이는,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기 직전까지 (어쩌면 꿈속까지 이어져) 친구들과 부대끼며 배움의 한가운데에 있다. 반대로 매일매일 바쁘게 보내다가 여유 있게 주어진 시간이 어색했던 친구들도 있다.
각자가 받아들이는 상황과 생각이 다르지만, 아이들이 한 마음으로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일이 있다. 꿈틀리에서 메인 자리를 제대로 담당하고 있는 "농사"다.
아이들은 지난 4월 중 논에 천연 유기농 비료를 뿌리기도 하며, 이미 조금씩 5월을 준비해왔다. (벼농사의 전 과정을 직접 한다고 들었으나 그 이전 과정에 대해서는 소식을 놓쳤다.)
천연 비료를 옮겨 고르게 뿌리는 작업 중인 아이들
5월 중순, 아이들은 모판 떼기 작업을 하느라 물 댄 논에 처음으로 발을 담갔다. 작업 이후 팔 근육이 뻐근함을 호소하긴 했지만, 그보다 수로의 물로 장난했던 시간의 즐거움이 컸던 모양이었다. 아이는 내내 웃음 가득한 얼굴로 물장난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수로에 고인 물로 즐거운 물놀이까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모판때기 했던 날
모판 떼기 4일 후 모내기 날이 되었다. 안이는 그날을 입학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터였다. 기대했던 것만큼 자신의 재능을 찾은 듯 즐거웠다고 했다. 그저 "퍽, 푹, 퍽" 모를 심었을 뿐인데 마치 모내기 로봇이라도 된 것 같았다고. 퍽 푹 퍽.
생애 첫 모내기에 아쉽게도 새참은 없었지만, 점심이 수육이었다며 아이는 아주 흡족해했다.
시골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아이는 강화에 적응한 이후로 시골이 참말 좋다는 말을 자주 한다.
생명을 심고 우주를 심었을까? 오디세이 혁신파크 아이들도 모내기에 함께 했다
농사에 'ㄴ'도 모르던 엄마는, 이 상황이 신기하기만 하고 이 아이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아이들은 앞으로 벼가 자라고 벼의 색깔이 변하는 시간을 함께 보며 어떤 마음일까.
봄에 꿈틀이에 입학한 아이들과, 봄에 심긴 벼가 이어진다. 함께 기상하고, 밥을 먹고, 몸을 움직이고, 떠들어대고, 배우고, 갈등하고, 풀어가고, 웃고, 고민하고, 잠을 자는 동안 아이들도 함께 노랗게 익어가길.
생명을 심고, 우주를 심은 7기 아이들아,
너희가 심은 벼를 보며 기도하는 그 마음으로, 엄마 아빠도 기도할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