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꿈틀리 인생학교에 아이가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여름방학이라니. 1년 과정의 반이 훌쩍 지나 아쉬운 마음으로 학교에 도착했다. 아이를 만나 먼저 짐을 차에 싣고 강당에 모여 7기 아이들이 준비한 매듭 잔치에 참석했다.
풍물, 기타, 중창, 칼림바, 아카펠라, 글, 밴드. 아이들은 그간 삼삼오오 모여 연습해 온 실력을 보여주었다.
입시를 앞둔 아이들처럼 필사적으로 배워온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 실력이라는 것이 서툴고 어색했지만, 아이들의 표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잘함과 못함에 상관없이 편안하게 가지고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볼 수 있었다.
방학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끊임없이 떠들어대다 어느새 잠들어버린 아이를 보면서, 남편과 감사하다는 얘기를 줄곧 했다. 도시에서, 혼자서, 집에서 해볼 수 없는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었던 꿈틀리에서의 한 학기. 그 경험들로 인해 더 건강해지고 더 단단해진 아이. 아이는 이제 모기에 물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현재 모기 물린 곳이 열 군데인데 신경도 안 쓰인단다.
한 학기 동안 아이를 통해 듣거나, 직접 보았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싶다.
아이에게 들었던 하나는,
완수쌤이 아이들에게 농사 시간 실습에 앞서 설명을 하시는데 한쪽에서 떠드는 아이들이 있었단다. 그 주변 아이들이 조용히 시켰더니 쌤 왈, "괜찮아, 내가 한 번 더 설명하면 돼."
이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아이는 엄지손가락을 힘주어 추켜올렸다.
어지간한 사랑이 아니고서는, 아니 사랑하는 자식에게도 쉽게 나오는 말이 아니다. "엄마 말하고 있잖아. 다시 말하게 하지 말아 줘." 보통은 이렇게 말하지 않나.
이 이야기를 건네 듣는 내게도 감동이 되었고 배움이 되었다.
또 하나는, 의무 외박 주말에 아이를 데리러 가서 직접 보았던 풍경이다. 마침 햇볕이 좋았던 금요일 오후 꿈틀리 인생학교 마당 풍경.
해먹에 아이가 누워있고 양 옆으로 놓인 캠핑의자에 보름쌤과 아카쌤(교장쌤)이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던 장면이었다. 운동장에서 계단을 올라와 만난 이 장면이 마치 영화 같아서 사진도 찍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던 기억이다.
여느 학교에선 보기 힘든 진귀한 이 이야기들이 1학기를 마무리하는 꿈틀리 학부모로서의 소감이라서 감사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런 안전한 어른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시간이 지나고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새록새록 생각이 나고, 힘이 되는 시간들로 이어지길 소망해본다.
매듭 잔치에서 기타반 아이들이 연주하고 모두가 함께 불렀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의 가사처럼 꿈틀리에서의 시간이 소중한 푸른 날로, 후회 없는 그림으로 남아주기를.
너에게 난 해 질 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방학식을 하고 집으로 온 날, 아이의 짧은 일기가 있다기에 부탁 & 동의를 얻어 공유합니다.)
꿈틀리에서의 1학기가 끝나고, 드디어 찾아온 방학이다. 4개월간의 1학기가 끝나고 집에 오니 긴장이 풀린다. 아무리 편했어도 약간의 긴장감은 있었던 모양이다. 사람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한 학기 동안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했다.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고, 함께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했다. 개인 프로젝트도 하고, 문학부도 하며 많은 걸 해보았지만 꿈틀리는 뭐니 뭐니 해도 '인관관계'에 있어서 가장 많은 걸 배우고 알아가는 곳이다. 그런 면에서 참 성실하게 한 학기를 마무리한 것 같아 기쁘다. 배려하고, 주장하며 배워간 한 학기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방학 동안 쉰나게 놀고 충전해서 2학기에도 열심히 사람 공부를 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