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보듬 홈스쿨

열네 살이 된 아이와의 책수다

by 툇마루

책수다 스물, 2020년 4월 5일 일요일 저녁 6시 50분.

누리보듬 홈스쿨 _한진희(누리보듬) 지음 _서사원

수닷거리 준비: 훈


1) 책 전체의 느낌은?

: 홈스쿨에 대한 생각을 잘 쓰신 것 같다.

반디가 호주에서 친구들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우선은, 반디가 평범한 아이는 아닌 것 같았다. 평범한 아이의 홈스쿨 내용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작가의 교육철학에 많이 공감되었다. 학교 교육의 한계를 보고, ‘교육’이 왜곡되지 않도록 그 안에 아이를 두지 않은 점이 특별히 그랬다.

그리고, 죽은 시인의 사회 인용문이 정말 좋았다!

: 우리와 다른 점이 많았지만,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에서는 공감이 되었다.

솔직히 안이도 반디처럼 해외 대학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 홈스쿨은 교과서(학교)를 벗어나는 것일 텐데, 학교에서의 배움과 교과서(학교) 밖에서의 배움은 뭐가 다를까? 예를 들면, 친구와 갈등을 해결하는 법 같은.

: 학교에서는 어떤 지식에 대해서 ‘문제풀이’ 위주로 알려준 것 같다. 배움에 깊이가 없을 때가 많다.

: 학교 교육의 장점도 있지만 특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시’를 가르칠 때다. 시를 감상하는 것에 정답이 있다는 것. 아이들 스스로 시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 나이 차이가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배움은 학교에서 배우기 어렵다.

현실은 긴 사회생활에서 또래들과만 일할 기회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 체육시간에 피구를 하라고만 하고, 그것을 잘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 그러면 안이는 왜 공부하니?

: 영어는 번역기 없이 외국인과 대화하기 위해서 하고, 배움의 이유는 배움의 즐거움 때문에.

: 정해진 틀 안에서 스스로 선택할 일이 거의 없는 학교 생활.


3) p.414에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인용문이 있다.

내가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내 독특함을 어떻게, 언제 알 수 있을까?

: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느꼈을 때가 있다.

홈스쿨링을 선택한 것.

친구들과 관심사가 달랐을 때. 아이돌/ 해리포터 (그 당시는 그랬음.)

웃음 코드가 달랐을 때.

: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알게 되는 것 같다.

나이 또래보다 젊게, 다르게 생각하려고 하다 보니 실제로 여러모로 달라지는 것 같다.

: 두 번의 경험이 생각난다.

한 번은, 중학생일 때 교회에 다니면서 느꼈다. 교회에 다니니까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친구들과 좀 달랐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에 가고 나서 처음으로 ‘나’를 알아가는 시기가 있었다. 나를 알아가고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나를 독특하게 만들어온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독특하지만, 닮은 점을 발견하는 예기치 못한 순간들도 있다. ‘경험’, ‘선택’. 이런 단어들이 각 개인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 같다.




2020년 첫 책수다. 1년여간의 공백이 있었던 책수다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안이의 홈스쿨을 막 시작하고 두 달쯤 지난 시기였다.

우리 부부가 읽은 홈스쿨에 대한 책을 안이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자는 생각에 이 책으로 다시 책수다를 시작할 계기가 되었다.

안이는 책 속 반디라는 아이의 ‘엄마표 영어’로 단련된 영어 실력에 놀란 듯도 했지만. 끝까지 잘 읽어냈다.

이 책은 우리가 찾아본 홈스쿨에 대한 책 가운데 (많이 찾아 읽진 않았지만) 우리 가족이 홈스쿨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영향을 준 책이 되었다.

막연하게 개념은 가지고 있었지만, 확실하게 말로 뱉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해주어 고마웠던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무엇보다 책 초입에서, 아이가 무언가를 배우는데 선생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말이 충격적일 만큼 새로웠다. 아이들 각자 가지고 태어난 호기심을 따라가며 스스로 익히고 배우는 것도 있는 것을. 배우는 데 꼭 선생님이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리는 아직도 ‘교육 = 학교’라는 사회통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p.131)

세상 곳곳에 다양한 모양으로 배움의 기회가 널려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일 텐데...

안이가 학교를 벗어나기까지 이 등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나를 비롯해서, 세상 많은 부모들이 정답으로 붙들고 싶어 하는 이 오답을 어쩐단 말인가.

바라기는, 한국의 공교육이 획일적인 통제에 바탕을 둔 방식에서 민주적인 자율권에 바탕을 둔 방식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책을 읽어가던 중 뭉클했던 반디의 고백을 옮겨본다.

“초등학교 때의 많은 상장과 영광의 뒤에 또 2년간 홈스쿨을 하는 동안, 적극적인 엄마의 조언과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순전히 나 스스로 이뤄낸 것이기에 더욱 기분이 좋고 함께 공부한 친구들이 그것을 인정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첫 학기 초에 엄마가 생각했던 방법과 내가 가고자 하는 방법이 달라 마찰이 일어났을 때, 전적으로 나를 믿고 내 생각대로 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너무 고맙다. 비로소 모든 것을 내 책임과 의무로 가져온 순간이었다. 시행착오도 있었고 좀 더 좋은 피드백을 놓친 것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있던 생각이 말로 정리가 되었다.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어도 내가 선택한 것에 최선을 다하면 그것을 최선을 넘어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의 한 문장.

"이 길의 끝이 아주 작고 미미할지라도 끝까지 가는 내내 아이의 오늘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 마음과 동일한 마음으로 내 곁에 있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를 바라보며, 신뢰하며, 두렵지 않게 걸어간다.


우리의 선택이 후회가 되는 길일지라도, 그 후회마저 배움으로 남을 수 있다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