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다 스물넷, 2020년 12월 19일 일요일 오후 3시 20분, 거실.
공부할 권리(처음부터 2부까지) _정여울 지음 _민음사
수닷거리 준비: 훈
1) 와닿은 글귀가 있다면?
화: p.76 "지금 당장 프로메테우스가 될 능력이 없는 저는 바로 이런 코러스가 되고 싶습니다. 진실의 편에 서서 진실이 외롭지 않게 진실을 위해 싸우는 프로메테우스의 어깨를 뒤에서 가만히 쓸어 주는, 진실의 가녀린 목소리가 세상 속으로 더 잘 울려 퍼질 수 있도록, 고독한 진실의 따스한 울림통이 되고 싶습니다."
- 늘 진실에 힘을 실어주고 싶으나 소극적으로 표현하는 성향의 사람들에게 그 또한 의미가 있음을 말해주어 감사했던 문장.
훈: p.71 "제우스는 '불'이라는 문명 창조의 도구를 독점함으로써 인간에게서 '신을 닮아 갈 기회'를 빼앗아 버린 것입니다. 이에 비해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압제하여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을 해방시켜 인간 스스로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하기를 바랐습니다. 제우스의 키워드가 '압제'였다면 프로메테우스의 키워드는 '자치'였던 것입니다."
- 인간에게 있어서 불 사용의 시작은 큰 의미가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사용한 인간의 미래를 상상해 본 것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안: p.78 "안티고네는 자신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크레온의 무서운 얼굴 앞에서도 이렇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
- 악한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실망하게 되었는데, 이 말은 아베나 히틀러 등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화: p.104 "고독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느낄 수 있는 '혼자 있음'의 자각입니다. 어떤 순간에도 혼자 있음을 자각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어떤 소문과 세파 속에서도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나가 아닌 '진정 내가 원하는 나'의 삶을 살 수 있는 자유인입니다."
고독의 힘이나 역할을 잘 설명해 준 페이지 전체가 좋았다. 그중에서도 '진정 내가 원하는 나의 삶을 살 수 있는 자유인'이라는 문장이 특히. 2020년 고독을 통해 한 뼘 자란 나를 되돌아보게 해 준 문장이다.
안: p.116 "비록 많은 것을 잃었지만
또한 많은 것이 남아 있으니,
예전처럼 천지를 뒤흔들지는 못할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다."
'우리'라는 단어가 좋았다. 많은 것을 잃었지만 '우리'가 남아있다는 것은 아주 많은 것이 남은 것이다.
훈: p.147 "나무는 위로도 자라지만 아래로도 자랍니다. 아니, 아래로 자라야만 위로도 자랄 수 있습니다."
- 내면의 자람을 표현한 문장. 본질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안: p.212 "자기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 그것은 반드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임을 잊지 말라."
여기서는 '선택'이라는 단어가 좋았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다.
2) 책 속에 소개된 책 중에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하는 책은?
안: <라스무스와 방랑자>. 그 아이의 스토리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훈: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일본이 지나온 문제점이 지금 우리 사회를 닮아있어서.
화: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이 책을 통해 신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3) 이 책의 제목처럼 공부할 권리는 나에게 왜 필요한가?
안: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할 권리가 필요한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 특히 역사나 세계관은 더욱.
훈: 세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 공부를 할수록 내가 아는 세상이 너무 좁은 걸 알게 된다.
화: 나를 알고 세상을 알아가기 위해 공부는 멈춤이 없어야 할 것 같다.
4)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는?
안: 판타지 같은 재미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 공부를 해서 알아야 지킬 수 있고, 더 중요한 부분에 불을 비출 수 있다. 제대로 안다는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
화: 지금은 그저 다양한 책들을 숙제처럼 읽은 것이 아닌, 나의 선택으로 읽고 싶은 단계인 것 같다.
훈: 과학 공부를 하고 싶다. 과학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 수 있게 도와준다. 상대성 이론도 공부해보고 싶다.
4) p.200 "우치다 타츠루의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을 읽으며 저는 지금 이 순간 제가 만들 수 있는 천국은 어떤 곳일지 꿈꿔 보았습니다. 그 첫 번째 이미지가 바로 서로 책을 읽어 주고 듣고 공감하고 수다를 떠는 작은 낭독의 공동체였지요."
당신이 지금 만들고 싶은 천국은 무엇인가?
안: 넓은 잔디가 있고, 다 같이 웃고 뛰놀 수 있는 곳.
화: 바쁨 없이 몰입이 가능한 1인 사색의 방들.
훈: 수다의 공동체. 작가가 꿈꾸는 천국에 공감한다.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자신과 다른 생각도 경청하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동체.
<공부할 권리>는 한 번의 책수다로 끝내기엔 시간이 모자라 두 번으로 나누어 책수다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야깃거리를 끝없이 꺼낼 수 있을 만큼 꾹꾹 눌러 담긴 책이다. 평소 책을 고르던 내 취향이었다면 책 제목과 표지만 보고 스칠 법한 책이었다. 평소 책을 많이 보는 지인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고 추천한 지인과 함께한 책모임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곤 깊이 있는 내용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쓰일 수 있구나 했다. 열네 살인 아이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 권했더니 역시나 아이도 술술 읽어냈을 뿐 아니라, 책을 덮으며 엄지 척을 한 기억이 있다. 참고로, 아이는 명문장이 많은 책을 즐긴다.
책수다를 시작하고 와닿았던 글귀가 있었냐는 질문 하나로 한 시간이 훅 하고 지나갔다. 그중에 남편이 고른 "나무는 위로도 자라지만 아래로도 자랍니다. 아니, 아래로 자라야만 위로도 자랄 수 있습니다."(p.147) 이 글귀로 '내면의 자람'에 대한 수다가 길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진정 해야할 공부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고, 나는 사십 대가 되어서야 공부할 권리를 제대로 누리기 시작했다는 걸 알았다. 공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마지막 날까지 이어지는, 자신을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모두가 제대로 된 공부를 통해서 세상을 좀 더 밝게 비추기 위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오랫동안 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게 중심을 잃은 '공부'가 다시 제 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