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The Giver)
열네 살 아이와의 책수다
책수다 스물둘, 2020년 8월 16일 일요일 오후 3시 6분, 거실.
기억전달자 _로이스 로리 지음 _비룡소
수닷거리 준비: 훈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소설로 인해 더 흥미진진했던 책수다. SF소설은 생각할거리, 상상할거리가 많아 수다에 좋은 소재가 된다.
1) 관찰 질문- 이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낯선 단어가 있다면? (자유롭게 쏟아내기)
열두 살 기념식
임무 해제
기초 가족
기억 전달자/ 기억 보유자
직위(산모 등)
사물 넘어를 볼(들을) 수 있는 능력
수석 원로
늘 같음 상태
2) 관찰 질문- 우리의 일상 속에는 있는데, 이 소설의 일상 속에는 없는 것은? (자유롭게 쏟아내기)
감정, 색깔, 개성, 자유, 선택,
음악, 언덕, 계절(날씨), 재미, 꿈,
(개인적인) 기념일, 과거, 자연사,
여행, 이사, 마켓, 친족, 고통
3)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안: 조너스가 사는 세상을 보면서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화: 조너스에 대해 몰입이 많이 되었다. 특히 탈출하는 장면에서.
우리가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까지 모두 포함된 "기억"을 보유한 두 사람이, 기억이 없는 그 세상을 깨뜨리고 싶어 했던 것이 의미심장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전쟁, 고통과 같은 부정적인 것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 걸고 되찾고 싶은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에.
훈: 자유, 평등, 기억. 이런 단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이 소설 속의 사람들은 자유를 제거하고 평등만 남겼는데, 이런 세상을 왜 만들게 되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4) "기억"은 무엇일까? 왜 "기억 전달자"라고 제목을 정했을까?
(이 책 속의 기억은 인류 전체의 기억에 좀 더 집중한 것 같다.)
화: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와 비슷한 맥락 아닐까? 조너스뿐 아니라 모두에게 새로운 세상을 "Give" 하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
훈: 작가가 '기억 전달자'라는 특별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 기억을 갖는 것이 아니라, 전달받아서 기억하는 특별함.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소설에서만 존재 가능한 캐릭터.
5) 기억 보유자의 특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화: 자기 삶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힘들 것 같다. 이것 때문에 다른 특권도 크게 특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안: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다는 특권은 좋다. 다른 건 힘들 것 같지만.
훈: 질문과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특권. 참 인간적인 특권을 준 것 같다.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특권은 선택에 대한 특권 같기도 하다.
6) 이 소설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면?
안: 고통과 실패가 없다는 점.
화: 체계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들에겐 안정감을 주는 사회일 수도 있겠다는 점.
훈: "애셔, 나는 너의 어린 시절에 감사한다." 이런 말이 참 좋더라.
화: 아이들에게 입히는 옷의 단계가 좋다. 단추 위치, 주머니 등에서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섬세함이 있다.
7) 기억이 우리에게 지혜를 주는 것이라면, 기억으로 도움을 받았던 적은?
안: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다시 부딪히지 않는다.
훈: 위험한 물건(불, 칼 등)에 다친 기억이 있으면 조심하게 된다.
화: 어렸을 때 엄마가 명절 때마다 경비아저씨를 챙기시던 기억 덕분에 나도 안이와 함께 경비아저씨를 챙기려 노력한다.
훈: 칭찬받았던 기억이 내 행동을 좋은 쪽으로 강화시켰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인사 잘한다고 칭찬받은 기억이 더 인사하게 했다든지.
안: 클라이밍 할 때 성공한 기억이 있으면 다음 단계도 더 잘 도전하게 된다.
화: 자전거 타다가 넘어진 기억이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게 만든다. (부정적인 영향)
8) 수다를 마무리하며 한 마디
안: 기억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화: 그렇다면 나는, 망각할 수 있음도 감사하다.
두 관찰 질문을 통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상'의 어떠함을 가까이 끌어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정말로 ㅇㅇ이 없다면 어떨까, 정말로 ㅇㅇ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들은 "휴, 다행이다"와 "아, 어떡해"를 반복해서 내뱉게 만들었다.
자유와 평등.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에 대한 수다가 잠시 있었지만 길어지지는 못했다. 우리 셋 중 누구도 하나를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소설 속의 원로들은 과감히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선택했다. 인간이 견디기 힘든 것들을 후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원로들의 마음이 이유였다면,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우리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자주 그런 마음이 드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기 힘든 그것들을 견뎌보는 쪽을 선택한 조너스는 우리 부모들에게 가르침을 준다. '선택권을 우리에게 주세요.'
발제를 준비하던 중에 남편은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를 보자는 제안을 했었다. 수다를 마무리하고 이어서 본 영화 "The Giver"는 소설의 섬세한 설정이 잘 표현되어 결론을 알면서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것이 배제된 현재의 상황과 비슷해 보여서 우리의 미래가 어떠할까 두려운 생각도 들었지만, 언젠가 이 펜데믹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책수다 후에, 남편과 아이는 이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나는, 기억 전달자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