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아이와의 책수다
책수다 스물 하나, 2020년 6월 7일 일요일 오후 3시 15분, 거실.
수닷거리 준비: 안
1) 이 책에 대한 감상평을 한 줄로 말한다면?
안: "내가 역사의 악역이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이 더러워져도 나는 더러워지지 않겠다는 의미.
_훈: 그러면 역사에 악역이 되지 않는다는 건 뭘까?
화: 깨어있는 민주시민이 되는 것.
안: 투표를 하거나 의무를 잘 이행하는 것.
훈: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성찰하는 힘을 기르는 것."
이전에는 역사가 재미있는 이야기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가 내게 메시지를 주는 것이더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의 도구로서의 역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화: "나를 돌아보기에는 역사책이 제격이다."
그리고, 역사의 인물들을 정말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2) 내용 중 가장 와닿았던 역사 이야기는?
안: 장수왕(p.147).
때로는 자존심을 죽이고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훈: 정도전(p.169), 김육(p.180).
두 사람의 공통점은 거듭된 실패에도 꿈을 접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했다는 것이다.
화: 박상진(p.204).
일제강점기에 판사의 자리를 내던지고, 정의를 위해 독립운동의 자리를 선택한 것.
3) 지금 우리의 꿈은 무엇인지, 명사가 아닌 동사로 꿈을 표현해보자. (p.204)
안: 천국에 갔을 때, 나눔의 삶을 살았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이 꿈이다.
훈: 사람들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의 기쁨을 알도록 돕는 것이 꿈이다.
화: 좋은 책과 정보를 권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꿈이다.
4)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현재(2020년)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화: "코로나"와 "홈스쿨링" 두 단어가 될 것 같다.
(아주 조심스럽지만) 코로나로 인해 현재로선 많이 힘들긴 하지만, 후대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는 기점이 될 것 같다.
훈: 팬데믹 시대에 우리 가족 안에서 남은 유산은 "자전거"가 아닐까 싶다.
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니,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더라. 앞으로 나아가야만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
휘둘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온전한 개인으로 자라 갈 것인가.'
안: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과 '모두를 생각하는 사람'이 구분되는 한 해.
코로나 방역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면서 구분이 잘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어릴 때 역사 과목을 싫어했다. "암기 과목"이라는 자체로 부담이었고. 그러다 보니 시험 직전에 단기로 외워 시험이 끝나면 들여다보지 않는 책이었다. 역사의식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학생이었다.
반대로 아이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좋아한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기 전에 동네 도서관에 있는 5mm가 채 안 되는 얇은 시리즈 책과, 역사 속 공주 왕자에 대한 학습 만화로 역사를 접했다. 그렇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였던 역사가, 더 이상 이야기가 아닌 아픈 현실로 연결이 되어도 다행히 거부하지 않고 관심을 갖고 있다.
역사를 모르던 나는 사십 대가 되어 제대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역사를 모르고 산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단순히 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최태성 작가님처럼 역사를 말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지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만, 지금이라도 역사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이 책은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을 받아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고맙고 또 고마웠다. 지금도 꿰어져 가고 있는 '역사 속에서 나'의 쓸모를 생각해보게 해 주어서.
그런 마음에 남편과 아이에게도 권했고, 책수다로 이어졌다.
이 책은 몇 년도에 어떤 사건이 있었냐를 단순히 늘어놓은 '역사이야기'가 아니었다. 들어가는 말에 쓰인 대로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었다. 심리학이나 철학보다 오히려 더 깊이 있게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역사더라는 남편(훈)의 나눔이 있었다.
각자의 꿈을 직업으로 표현되는 명사가 아닌, 움직이는 동사로 말해보면서 더 구체적으로 꿈을 들여다보고 표현해 볼 수 있었다. 꿈을 물어보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진 질문이 되어버린 이때에 더 이상 명사가 아닌 동사로 꿈을 물어본다면 어떨까. (p.204-215)
이 엄청난 베스트셀러를 읽었는데도, 2년이 지난 지금 그 내용은커녕 그때의 감동조차도 기억이 나질 않아 한참 동안 책을 들고 있어야 했다. 사실 두 번 이상 읽지 않고서는 대부분의 책이 기억나지 않는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책을 보는 건 작은 배움, 사소한 깨달음이 쌓여 생각이 만들어지고 가치관이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읽은 책의 내용을 잘 기억하는 사람이 자주 부럽지만, 가치관이 건드려지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
사실,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