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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Feb 06. 2023

공부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아이

원제: 아이들은 “스스로 선생님”을 만나는 중입니다

(이 글의 제목은 세바시 스피치의 제목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아이랑 나는 집에서, 남편은 함께할 시간을 최대한 만들어가며 복닥거리는 2년을 지나왔다. 검정고시를 통해 종졸 학력을 인정받은 아이는 3월부터 꿈틀리인생학교 신입생이 되고, 많은 시간을 함께한 나는 1년의 빈 시간을 고민하다 아이와 같은 신입생이 되어보기로 했다.
아이는 꿈틀리인생학교 신입생, 나는 세바시대학 신입생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엄마가 아닌 오로지 ‘나’로서의 1년을 어떻게 보낼지 많은 생각을 해왔다. 처음엔 갑자기 허전할까 하는 걱정 반, 오로지 나만의 시간에 대한 기대 반이었다가 기대와 설렘 쪽으로 점점 더 무게가 실리는 중이다.
하고 싶었던 것, 해야 할 것들을 떠오르는 대로 기록해 보다가, 굵직하게 시간을 쓰는 것 한 가지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관심 생겼던 분야로 방통대엘 가볼까, 내 의지를 믿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해 볼까, 비폭력대화를 공부해 볼까 하다가 작년에 우연히 알게 된 “세바시대학”으로 결정했다. 어떤 주제가 되었든 생각의 반경을 넓히고 싶었던 나에게,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이곳은 얼추 맞는 단추를 찾아 끼운 듯했다.     


https://brunch.co.kr/@@bi6L/83



1년 전에 썼던 글의 일부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1년 간 세바시 대학에 적응하며 나름 착실히 따라가 본 결과, 글쓰기 전공을 했던 상반기에는 동기들끼리 공저로 책을 한 권 내게 되었고, 말하기 전공을 했던 하반기에는 세바시 무대에 서서 스피치 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두 결과물 모두 온라인 강의 출석률과 과제 제출을 만족시켜야 가능하다.)



말하기 전공 시간은 말하는 기술을 배우기보다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당시의 강사는 이민호 대표였다.) 이민호 대표는 스피치가 강요가 아닌 공유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고, 강의 시간 동안 경청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스피치 녹화하는 날 모인 15명의 동기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서로의 스피치를 응원하며 경청하는 모습이 탁월했다.


운이 좋게도 글쓰기 전공을 먼저 선택한 뒤에, 말하기를 선택한 덕분에 원고를 쓰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스피치 원고를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세바시 PD님이 던져주는 질문에 도움을 받아 스피치 하려는 주제가 점점 분명해질 수 있었고, 글로 전달하는 것과 말로 전달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이 두려움이 별로 없는 편이기에 무대에 처음 선 순간 외에는 크게 떨리진 않았지만, 스피치를 끝낸 순간엔 해냈다는 특별한 성취감이 있었다. 열심히 따라왔던 1년에 주어지는 보상으로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하고 뿌듯했다. 만나기 쉽지 않은 경험을 해냈다는 성취감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특별한 1년을 보낸 후에 맞이하는 새해는...

부담이 몰려왔다. 

'이제 뭘 공부할까', '또 어떤 성장이 있으면 좋을까', '작년에 했던 것을 바탕으로 어떤 걸 또 쌓아가면 좋을까' 여러 생각으로 2023년이 다가오는 것이 썩 반갑지 않았다. 한 해 동안 순수하게 노력했던 것만으로 만족했다면 좋았을 것을. "새해"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단락일 뿐이라고 생각해 오던 여느 해와는 달리, 그 단어가 주는 부담이 여느 해와 달리 크게 다가왔다.

나의 감정과 관계없이 시간은 당연하게 흘러갔고 1월도 중반을 훌쩍 넘겼던 어느 날 오후였다. 이동하는 차 속, 의미 없이 듣고 있던 라디오에서 들린 노랫말이 마음의 무게를 훅 덜어내주었다. 그동안 들어본 적도 없던 말, 특별한 음률, 취향을 저격하는 분위기.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그저 '그 때', '그 말'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럴 수 있는 거구나' 신기했다.

이 날 이후로 2022년은 그저 '그 해'로 넘기고, 2023년 안에서 아직은 평안을 유지하고 있다. 부담 없이 지내보자고 생각하지만 이미 글쓰기 수업 하나 신청해서 듣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서도. :)



머물러 있는 것 또한 아름다울 수 있는 건 - 가수 SOLE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뀔 수가 없듯이

모든 게 그렇고 그렇게 다 이유가 있듯이

난 늘 한 곳에 머물러 있을 때 불안해했었지

이제서야 알 것 같아

이제야 날 안 것 같아

보잘것없던 내 삶이 이토록 밝을 수 있는 건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게 해 준 너 때문인 걸

머물러 있는 것 또한 아름다울 수 있는 건

날 사랑하고 아낄 수 있어서란 걸 난 깨달았어

매일 나도 날 모를 때, 불안한 마음이 나를 덮칠 때

가끔은 당연한 듯 익숙해져도 괜찮아

난 늘 한 곳에 머물러 있을 때 불안해했었지

이제서야 알 것 같아

이제야 날 안 것 같아

보잘것없던 내 삶이 이토록 밝을 수 있는 건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게 해 준 너 때문인 걸

머물러 있는 것 또한 아름다울 수 있는 건

날 사랑하고 아낄 수 있어서란 걸 난 깨달았어



https://youtu.be/Kmqi2pXhP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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