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아이랑 나는 집에서, 남편은 함께할 시간을 최대한 만들어가며 복닥거리는 2년을 지나왔다. 검정고시를 통해 종졸 학력을 인정받은 아이는 3월부터 꿈틀리인생학교 신입생이 되고, 많은 시간을 함께한 나는 1년의 빈 시간을 고민하다 아이와 같은 신입생이 되어보기로 했다.
아이는 꿈틀리인생학교 신입생, 나는 세바시대학 신입생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엄마가 아닌 오로지 ‘나’로서의 1년을 어떻게 보낼지 많은 생각을 해왔다. 처음엔 갑자기 허전할까 하는 걱정 반, 오로지 나만의 시간에 대한 기대 반이었다가 기대와 설렘 쪽으로 점점 더 무게가 실리는 중이다.
하고 싶었던 것, 해야 할 것들을 떠오르는 대로 기록해보다가, 굵직하게 시간을 쓰는 것 한 가지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관심 생겼던 분야로 방통대엘 가볼까, 내 의지를 믿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해볼까, 비폭력대화를 공부해볼까 하다가 작년에 우연히 알게 된 “세바시대학”으로 결정했다. 어떤 주제가 되었든 생각의 반경을 넓히고 싶었던 나에게,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이곳은 얼추 맞는 단추를 찾아 끼운 듯했다.
이제 곧 3월을 앞두고 아이 입학 준비에 소소하게 바빠졌다. 기본적인 건강상태 점검에서 시작해서, 거기서 일상을 살기 위해 챙겨야 할 짐들, 불리고픈 별명 만들기, 수건에 이름 새기기까지. 날짜가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아이도 우리 부부도 떨어져 지내게 될 서운함보다 새로운 시간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것이 감사하다. 2주에 한 번 만나기 때문도 있겠지만, 2년 동안 충분히 서로를 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한다고 말했던 이유가 더 크지 않나 싶다. 그것이 걱정과 불안을 이기는 든든한 쿠션을 되어주었으리라.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앞으로 우리가 나누게 될 이야깃거리가 벌써 궁금해진다. 그리고 2022년을 마무리할 즈음이 되면 우리가 성장한 이야기도 풍성하겠지만, 아마도 홈스쿨을 하는 동안 힘들었던 이야기도 좀 더 편하게 웃으며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엄마, 내가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아이를 따라 엄마도 함께 신입생으로.
_ 2년 간의 홈스쿨 이후, 우리 가족에게 또 한 번의 새로운 시작이 될 올 한 해의 이름은, 사실 아직 정할 수가 없다. 1년이 지난 후 아이가 내후년의 진로를 정하기에 따라 다른 이름이 붙여질 것이므로. 다시 홈스쿨을 이어간다면 ‘홈스쿨 휴지기’,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면 ‘홈스쿨을 끝낸 후 첫 해’ 쯤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