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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Mar 03. 2022

밤 10시가 허전한 아빠

아이가 꿈틀리 인생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주변에서도, 우리 가족 안에서도, 스스로도 가장 걱정이 되는 사람은 나였다. 아이는 스스로를 '적응력 갑'이라 자칭하는 성격이었으니,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종일을 함께했던 내가 '빈 둥지 증후군' 비스무리한 것을 겪지 않겠나 하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입학하기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던 나와는 달리 남편은 어차피 해오던 회사 생활의 비중이 있으니 별다른 준비 없이 아이의 빈자리를 맞이했다.


3월 1일 입학식을 마친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선 울다가 웃다가, 안심했다가 걱정했다가, 보고 싶다가 편안했다가.. 결코 하나의 감정으로 정리될 수가 없었다. 강화도에서 입학식이 끝난 시각이 오후 5시였기에, 집에 도착해서 정리하다보니 금세 밤 10시가 되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굿나잇 인사를 하고 아빠와 함께 책을 읽으러 방으로 들어가는 시각. 남편은 괜스레 거실을 왔다 갔다 했다.


아이가 여섯 살 무렵부터 열여섯 살이 되는 해까지 거의 10년을 즐겁게 지켜온 시간이다. 10시부터 10시 30분. 취침 준비가 일찍 끝난 날은 30분을 꽉 채워 아빠의 책 읽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준비가 늦은 날은 10시 30분이 될 때까지 10분이든 20분이든 아빠와 함께 했다. 일상의 소소한 미션으로 '10분 쿠폰'을 모을 수 있어서 그 쿠폰을 이용해 30분을 채워 아빠 목소리를 듣는 날도 있었다.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단지 책의 내용을 전달하는 시간만은 아닌 듯했다. 어떤 날은 둘이서 웃는 소리도 들리고, 한참 떠드는 소리도 들렸다. 어떤 때는 둘만 아는 책 이야기로 살짝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아이와 아빠가 잘 지낼 수 있었던 이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남편은 아이가 어릴 때보다 오히려 커갈수록 그 시간을 소중히 했던 것 같다. 친구들과의 모임도 책 읽는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잡았고, 한참 일이 많아 야근이 잦았던 시기에는 회사 일을 집으로 가지고 오는 날도 많았다. 그렇게 10년을 지켜온 밤 10시. 후다닥 잘 준비를 서두르는 아이의 소리도 없었고 온 집이 고요했다.

이틀 째가 되던 어젯밤, 남편은 "생각보다 많이 허전하네" 했다. 


왜 안 허전하겠어. 어쩌면 하루 30분 짧지만 깊은 시간이 내가 보낸 시간보다 더 진할 수도 있겠지. 

오히려 당분간은 감정을 잘 드러내는 나보다,  잘 드러내지 않는 남편 마음을 들여다 봐줘야겠다.


10년 간 읽어준 책들. 어떤 책은 전자책으로, 어떤 책은 도서관 책으로


읽다가 중도 포기한 책들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이 책의 저자를 오래 전부터 알았던 덕분에 아빠의 책 읽어주는 시간이 시작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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