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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열네 살 아이와 시작한 홈스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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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Feb 24. 2022

우리집 PT수다, 시즌1 종료

열한 번의 PT수다 정리

3월 안이의 꿈틀리인생학교 입학을 앞두고 마지막 PT수다 시간이었다.

안이는 1년가량 주말마다 즐겨온 게임 "로블록스"를 주제로, 남편(훈)은 동력의 역사 시리즈 마무리로 "전기"를 주제로, 나(화)는 시즌 마지막인 만큼 의미를 담아볼 주제를 찾다가 "향기의 역사"를 주제로 했다.

솔직히 안이가 로블록스를 주제로 삼겠다고 했을 때, 겜알못인 나는 시즌 마지막 발표인데 좀 더 의미 있는 걸 했으면 좋겠다는 목까지 차오른 말을 참아야 했다. 그리곤 안이의 발표를 보는 동안 그 말을 참았던 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전혀 몰랐던 로블록스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새로운 세계였다. (남편 표현에 의하면 '온라인 레고'라고.) 그 세계 속의 게이머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공생하고 있었다. 여전히 그 세대를 따라가지 못해 이해가 미흡하기도 했지만, 화면 속 세상의 다양함이 놀라웠고 심지어 유익해 보였다. 이렇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메타버스에 스며들어 가겠구나 싶기도 했다.

두 번째 발표는 향기를 주제로 한 내 차례였다. 발표에 앞서 방금 내려 김과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를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향기 속에서 발표를 들어주시라 했더니, 감탄사와 함께 엄지 척을 보내주었다. 종교적 의식이었던 향수가 어떻게 대중화가 되었는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 서로를 어떤 향기로 표현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인생에 남기고 싶은 향기를 생각하면서 사는 삶'은 좀 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메시지로 마무리 지었다.

세 번째로 '동력의 역사 시리즈'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남편의 발표가 있었다. 첫 시간 '인력'에서 시작해서 오늘 다섯 번째 '전기'까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주제였지만, 각 테마에 주요 인물 스토리 등을 가미해 흥미롭기도 하고, 매번 큰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잘 정리해서 발표해 준 덕분에, 발표 직후엔 안이와 나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 날 오후, 남편과 산책하면서 2년에 걸친 PT수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1년 후에 다시 시즌2를 시작하게 된다면 그때는 안이도 나도 남편처럼 주제를 정해서 6개월이나 1년 동안 깊이 들여다보는 것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곧 있을 입학 전에 친구와 마지막 산책하고 돌아온 안이도 이 의견에 흔쾌히 동의했다.

자칭 '안이네 홈스쿨의 꽃'이라 할만한 PT수다. 우연히 방송에서 보고 따라 했던 것이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 의미 있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줄 몰랐고, 시즌2를 기대하게 될 만큼 즐거운 시간이 될지도 예상하지 못했다.

빔을 끄고 암막커튼을 열면서 다시 밝아진 거실, 그리고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마무리한 시즌1의 마지막 장면은 한 며칠 기분 좋게 떠오를 것 같다.

그리고,

열한 번에 걸친 PT수다 발표 주제 정리.

PT수다 첫 번째, 2020년 6월 27일

발표자 안: 해리포터 1, 호그와트 이야기

발표자 훈: 인공 지능의 역사

발표자 화: 커피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