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얼마나 준비됐어?"
"토요일 안될 것 같은데 일요일에 하면 안 될까?"
돌아오는 토요일은 PT수다가 예정 되어 있었다. 지난 주말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온 때문인지 다들 까맣게 잊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떠올렸다. 이런 대화들이 오가고 모두의 동의 하에 다행히 일요일로 연기되었다.
사실 PT수다를 앞둔 주중에 종종 나오는 말들이다. 특히나 미리 준비하는 성격이 못 되는 내가 가장 자주 하는 것 같다. 준비 기간이 얼마 없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 상황과는 반대로, 학교 친구가 서로 밀린 과제 체크하듯 분주한 이런 분위기가 재미나다. 와중에 "나도 이제 준비 시작해야 해"라는 말이 들리면 안심이 된다는 게 학창 시절이랑 다를 바 없는 듯하다.
아이가 꿈틀리 인생학교로 내년 행보가 정해진 후 12월, 1월, 2월 석 달 동안은 세 식구 모두 발표를 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매달 두 명씩 발표를 해왔고, 검정고시 이후로는 PT수다가 시들해져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같이 발표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함께 PT수다를 준비하게 되면서 각자의 준비 타입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평소 생활 습관처럼 꾸준하게 소란스럽지 않게 준비를 한다. 시간 분배도 적절히 해가며. 그래서 언제나 셋 중에 발표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다. 아이와 나는 대본을 손에 들고 하는데, 남편은 머릿속에 내용이 완벽히 숙지되어 있을 만큼. 그동안 아이도 나도 그런 남편의 자세를 많이 배우기도 했다.
아이는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는 안 보이지만, 발표 주제는 이전 PT수다가 끝나는 동시에 거의 정해진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가,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대본부터 미리 쭉 써 내려간다. 그 후에 그에 맞는 자료를 찾아가며 PPT를 만든다. 아이는 발표를 맺는 멘트에 가장 심사숙고하는 것 같다.
두 사람에 비해 나는 주제를 정하는데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준비를 시작했다가 바꾼 적도 있다.) 그래서 컴퓨터 앞에 앉는 시작이 늦어지는 데다가, PPT 디자인에 신경을 쓰다 보니 가끔은 내용 준비보다 들어갈 이미지를 고르고 편집하는데 시간을 더 들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가장 마지막까지 시간이 필요한 사람은 늘 내가 된다.
그동안 즐겁게 해오던 PT수다가 곧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소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들어오나 보다. 아쉽게 흘려보내는 것이 있으면, 다시 새롭게 흘러오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가 자라고 우리 곁을 떠나 있는 시간이 길어져도 서운함보다 기대감에 무게를 두게 되는 것 같다.
*PT수다의 시작 이야기는 브런치북 아래 링크된 글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PT수다 내용은 전체를 정리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bi6L/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