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3천 원 입금.
아이 여덟 살일 때 만들어 열여섯 살이 된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는 <성장축하통장>에 또 3천 원이 쌓였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 생기면 그것이 ‘혼자 첫 등교’처럼 아주 사소한 것이더라도 3천 원씩 입금해주면서 작은 성취에도 함께 기뻐해 왔는데, 그 티끌들이 모여 이제 제법 큰 금액이 되고 기록이 되었다.
중3 영어 clear!
지난 8월 검정고시는, 코로나 상황이 바뀌길 기대하며 버티고 버티다 결국 계획을 수정하게 되는 바람에 수학을 집중적으로 준비해서 중학교 3년 과정을 완료하고, 영어는 중2 과정까지 공부한 상태로 치렀다. 그리 어려운 시험이 아닌 덕분에 그래도 중등 과정 시험은 어렵지 않게 패스할 수 있었지만, 검정고시를 패스한 것과는 상관없이 중등 과정의 영어 문법은 차후에 어떤 영어 공부를 하게 되더라도 기본이 될 것 같아서 끝까지 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2021년이 마무리되는 마지막 날에 딱 맞추어 클리어! 하게 되었다.
그리곤 축하통장엔 "중학영어 끝!!"이라는 입금 내역 한 줄과 3천 원이 추가되었다.
마침 12월 31일이라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건가. 우리가 언제 이 통장을 시작했는지, 시작했을 즈음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문득 궁금해져서 (이 통장을 관리하는) 남편에게 통장 첫 페이지 캡처를 부탁했다. 잠시 후 받아본 사진에는 '50m 달리기 3등'이 쓰여있었다. 계좌 개설 기념 입금을 제외한 첫 입금이 초등 입학 후 첫 달리기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 아랫니 뽑기', '혼자서 처음 샤워하기', '접영 배우기 시작' 등의 내역을 보면서 여덟 살이었던 아이의 모습을 희미하게 떠올려 보았다.
통장의 첫 한 페이지만 기대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가장 최근 페이지까지 두어 개의 사진을 추가로 보내주었다.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 접종', '생애 첫 면접'(꿈틀리인생학교) 등과 '중학영어 끝!'. 짧은 여덟 글자에 구겨 넣은 내용에서도 아이의 시간이 그간 쉬지 않고 흘러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에게 이 통장을 쓰윽~ 건네줄 그때가 언제가 될지, 어떤 도전이 될지 기대하게 된다. 이 통장을 처음 만들게 되었을 때의 의미처럼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 드러나는 그 결과가 어떠하든 상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