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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Sep 07. 2023

자동차 접촉 사고 vs 관계 접촉 사고

(경미한 접촉 사고에 한해서)

지난 주 경미한 접촉 사고를 당한 후에 떠올려 보게 된 관계에 대한 자잘한 생각들_




(자동차 접촉 사고는 이후 '', 관계 접촉 사고 이후 ''으로 표기)


자: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심지어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에도.

관: 예상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황스럽다. 마른하늘에 날벼락같다고 할까.


자: 도로 위에서 상대 운전자가 조심하려니 생각하지만 그것이 '신뢰' 까지는 아니다.

관: 가까운 관계라도 서로 조심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렇게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자: 순간 긴장한 탓에 예상치 못한 몸의 부위가 서서히 아파온다.

관: 순간 당황해서 하지 못한 말이 뒤늦게 떠올라 마음이 쓰려온다.


자: 사고 난 직후 차에서 내리기 전 상대방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관: 아프게 쏟아낸 후 상대방의 마음이 어떠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신만이 가능한 영역이다.


자: '거기쯤에서 멈추겠지' 생각하지만, 상대 운전자가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 사고가 된다.

관: '나는 왜 그쯤에서 멈추지 못했을까'. 내 맘 나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 중재자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보험사에 모든 대화를 미루고 입을 꾹 다물 수 있다.

관: 기다려도 중재자는 없다. 스스로 알아서 해결할 문제.


자: 블랙박스가 있으니 (대부분) 잘잘못을 밝힐 수 있다.

관: 블랙박스도 없을뿐더러 잘잘못을 따지는 방향으로 대화가 흐르면 답 없다.


자: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수록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 있다.

관: 각자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눈을 마주치면 고민했던 것보다 쉽게 미소를 볼 수 있다.


자: 사후에도 일이 마무리되려면 아주 여러 통의 전화 통화가 필요하다. 좀 피곤하지만 필수 코스다.

관: 잘 마무리하고 싶다면 말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말을 아낄수록 나중에 후회가 덜 하다.


자: 한동안 운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조수석에 앉아서도 다가오는 차에 대한 긴장 지수가 꽤 높아져 있다.

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금씩 조심스러워진다. 이래서 점점 인간관계가 좁아지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장이 들어갔다가 나온 차는 말끔해진다. 하지만 기록엔 남지.

관: 시간이 좀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처는 남지.



부딪히기 직전에라도 서로 한 걸음 앞서 멈출 수 있다면.

이미지 출처: Pix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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