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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Oct 26. 2023

10.29 참사 1주기

3일 후면,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10.29 참사 1주기.


벌써 1주기인가 싶지만, 유가족들에겐 얼마나 지난한 1년이었을까 감히 짐작하려는 엄두도 낼 수 없다.

미뤄 온 여름휴가와 1주기 날짜가 겹친 바람에 미리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순전히 나의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은 마음이었다. 서울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로 갈지, 이태원 1번 출구로 갈지 고민하다가 직접 그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이태원 역에 내려 1번 출구 계단을 올라가는데 이정표가 보였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는 이름이었다. 아직 "안전"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되는 시기인지 고개가 갸웃해졌다. 안전을 바라는 유가족들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힘을 부리는 누군가의 입김이 들어간 건 아닐지 의심병이 살짝 올라왔다.


작년 겨울 49제에 참여했을 때는 혼잡을 피해 녹사평 역에서 집회 장소로 가느라 이 골목을 보지 못했다. 막상 그 길을 앞에 서서 보니 생각보다 좁아서 놀랐고, 생각보다 짧아서 더욱 놀랐다. 몇 걸음만 더 걸으면 되는데 벗어나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얼마나 악몽 같았을까. 그 길을 통과해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들이 밀려왔다.

그 좁은 길에서 미치게 답답했겠구나... 미치게 소리치고 싶었겠구나...


벽면에 가득 추모의 마음들이 붙어있었다. 그 마음이 쉬이 날려가지 못하게 하고 싶은 듯 테이프로 단단히 붙여져 있었다. 그 틈을 비집고 마음을 보태어 놓고 왔다.

여전히 이런 사회여서 미안한 마음을. 

2주기가 되었을 때는 이태원에도 세월호에도 정의로움이 담겨있기를.


Rest in Peace.


*덧, 10.29 참사 관련 정보 얻을 수 있는 곳

https://www.1029ac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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