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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Dec 14. 2023

아이와 놀며 스트레스 풀기

장난감 없이 놀기_1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길지 않은 유치원 교사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결혼 후 육아에 재미를 느끼는 나 스스로가 의외였다. 2년 간 공부했던 것과 다시 2년 간 유치원에서 경험했던 것이 버려지지 않고 다시 쓰이는 것이 좋았던 것인지 육아에 정성을 쏟았다. '애지중지 내 새끼에겐 최고로만 해주겠어' 쪽은 아니었다. 그럴 형편도 마음도 아니었다.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하지 못하는 편이라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에너지를 쏟았다. 그것이 놀이였다. 익지로 하지 않은 것을 하나 예로 들자면, "맛있는" 먹거리였다. 그저 건강하게만 만들었다.


어린아이들도 스트레스가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처음엔 물음표가 떴지만 이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새로 접하는 것이 도처에 깔려있다는 것은 흥미롭기만 한 것은 아닐 테니까. 그래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놀이를 종종 했다. 그중 대표적인 놀이가,


<신문지 찢기 놀이>

신문지 찢기 놀이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준비물이 단 하나 신문지뿐이라는 큰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큰 단점이 있다면 먼지다. 하지만 즐겁게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서 먼지는 감수했다. (신문지 놀이는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5세 무렵부터 초등 저학년 무렵까지 했던 것 같다.)

 

1) 신문지를 넓게 펼쳐 길게 찢기

찢고 싶은 만큼 찢을 수 있도록 여유 있게 신문지를 가져다 둔다.

굵게도 찢고 가늘게도 찢는다. 길게 찢는 것이 재미있지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놀이이므로 가능한 놀이 규칙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둘이서 같이 찢다 보면 어느새 수북이 쌓이는데, 그걸로 또 다른 놀이를 이어갈 수 있다. 더 잘게 찢기, 위로 던져 덮어쓰기, 뭉쳐서 서로에게 던지기(눈싸움처럼) 등등. 아이가 즉흥적으로 만들어낸다면 그 놀이를 같이 즐겨보자.


2) 신문지 깔고 트위스트

신나는 동요를 함께 부르거나 음악을 준비한다.

바닥에 깔린 신문지를 밟고 서서 아이와 손을 맞잡는다. 노래가 시작되면 발바닥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신문지를 비비며 찢기 놀이를 한다. 흥이 오른다면 즐거운 댄스로 이어져도 좋겠다.


3) 신문지 샌드백 치기

양육자가 두 팔을 뻗어 신문지를 들고 있고 아이가 복싱을 하듯 주먹을 뻗어 신문지에 구멍을 뚫는다. 아이와 양육자가 역할을 바꿔가며 샌드백 놀이를 한다. 


놀이에서 보조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똑같이 신문을 찢으며 나도 스트레스를 풀었다. 양육자도 놀이를 적극적으로 함께하면서 아이와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막연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확인하게 된 계기도 있었다. 
아이가 열 살 쯤이었을 때 둘이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가을이었는데 아이는 바지를 걷고 바다에 들어가고 싶어 했고, 나는 귀찮은 생각에 사진을 찍어주마 하고 들어가지 않았다. 아이는 바다에 들어가고 나서도 줄곧 엄마도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을 전했고 마지못해서 바지를 걷었다. 바다에 발을 담그는 순간 알았다. 아이는 이 간질거림을, 이 기분 좋은 차가움을 공유하고 싶어 했다는 것을. 그날 우리는 바지가 젖는 줄 모르고 놀았고, 비좁은 차 안에서 바지의 물기를 닦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때부터 순간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확연히 달라졌다. 


아이와 놀이를 시작하며 함께 즐겁기를 바라지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날이 왜 없겠는가.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결국엔 화를 내고 마는 날이 부지기수다. '차라리 혼자 놀게 둘 것을 괜히 잘해보겠다고 마음먹은 내가 잘못이지, 에휴...'

그런 경우, 준비한 재료가 많거나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가 많은 날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놀이를 준비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아이의 반응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버린 것이다. 최소한의 준비로 양육자의 에너지를 아끼자. 양육자의 마음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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