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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Nov 30. 2023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팁_2

외동 아이 육아법

앞의 글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팁_1>에서는 우리 가족이 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또는 정기적으로 해 본 것을 정리해 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여기저기서 얻은 책 읽기에 관한 정보 중 실행했던 것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책을 즐기지 않던 양육자였지만, 아이가 책을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책을 가까이하며 성장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첫째로, 틈만 나면 도서관 & 서점 가기

아이가 어릴 때부터 도서관이나 서점에 자주 갔다. (요즘 도서관들은 어딜 가든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어린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참 잘되어 있는 것 같다. 그중에 입이 떡 벌어지게 감탄했던 곳이 남양주에 위치한 정약용 도서관.) 아이가 어릴 때 나는 책이 좋아서 읽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과제로 만들어두고 읽었다. (출판사에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긴 글줄의 성인책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아이의 성장에 맞추어 그림책부터 읽기 시작한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음으로 책을 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렇게 10여 년이 훌쩍 지나고 불과 이 글을 쓰기 서너 달 전에 '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느꼈다. 아이가 그림책을 보는 시기에는 나도 그림책을, 아이가 아동책을 보는 시기에는 나도 아동책을 읽었다. 그렇게 아이의 속도와 같이 갔다. 부모기 때문에 아이보다 앞서 가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같은 수준의 책을 읽으면서 소통하는 즐거움이 생겼던 것 같다.

집 근처에 작은 도서관(아동 도서 위주)이 있어서 아이가 유치원 버스에서 내릴 때에도, 초등학생이 되어 하교하고 오는 길에도 도서관에 자주 들렀다. 대출해 오는 것보다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보는 시간을 아이도 나도 더 좋아했다. 아이는 도서관에 있다 보면 친구를 만나 놀기도 할 수 있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책을 보기도 하고, 친구랑 놀기도 하면서 그 공간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진 아이는 꽂혀 있는 책들을 살펴볼 기회가 많았다. 그러면서 얇디얇고 글씨가 큼직한 삼국유사를 접하게 되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다.  

요즘은 몰(mall)에 가게 되면 습관처럼 서점에 들른다. 따로 외출해서 만날 때는 서점이 만남의 장소가 된다. 사야 할 책이 없어도. 여행을 가서도 서점에 들른다. 제주에 가면 숙소 주변 작은 책방을 찾아가고, 속초에 가면 문우당서림에 가는 식이다. 제주에는 작은 책방들이 많이 생겨서 책방 투어를 하러 제주에 가기도 한단다. 작은 책방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서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기분이 든다. 그 고마움에 최소 책 한 권이라도 꼭 사들고 나온다.


둘째로, 아이가 고르는 책 존중하기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든, 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때든 아이가 고른 책에 토를 달지 않으려고 한다. 유해한 책이거나 이미 집에 있는 책이거나 우리 형편에 과한 고가의 책이 아니라면. 책을 고르는 사소한 일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던 때부터 "엄마, 이 책 재미있어. 엄마도 꼭 읽어봐." 하며 추천하는 책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동책, 청소년 책 글밥이 많은 책으로 넘어가면서 서서히 부담이 되긴 했지만, 가능하면 뒤늦게라도 읽고 코멘트해 주었다. 요즘 추천하는 성인책은 솔직히 못 읽을 수도 있다고 종종 말한다. 이젠 나도 내 취향을 제대로 찾았으므로.

필독서 목록에 매이지 않기를 부탁한다. 세상에 펼쳐진 수많은 양서 중에 누군가가 정해놓은 리스트에 우리 아이들이 한정 지어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필독서 목록 중에는 현시대의 감수성에 전혀 맞지 않는 책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흔히 보인다. 아이가 책을 깊이 읽게 되면 책은 대부분 훌륭하지만 절대진리는 아님을 알려주자. 한 이슈에 다양한 견해가 존재함을 알려주자.


셋째로, 책을 읽는 방법 열어두기

양육자의 책 읽는 방법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자. 아이가 책을 한참 책에 푹 빠지던 무렵에 그런 실수를 많이도 했다. 읽다 말면 아깝지 않냐, 결말을 먼저 보면 재미없지 않냐, 작가의 말부터 꼭 읽어봐라 등등...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짧은 영상에서 한 독서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결론은 어떤 식으로 읽든 "내버려 두라"는 것이었다.

결말부터 미리 읽은 후 처음부터 읽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책날개부터 꼼꼼히 읽는 아이가 있다. 책을 한 번에 한 권만 읽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아이도 있다. 책이 재미없어도 끝까지 읽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도중에 덮어버리는 아이도 있다.

아이 스스로 서서히 좋은 방법을 터득해갈테니 권유는 해보되, 강요는 하지 말자. 학습만화만 읽는다고 걱정하지 말자. 활자에 부담이 없는 상태가 유지되면 글줄이 긴 책으로 넘어갈 힘도 생긴다.

어떤 일에든 잔소리가 따라오면 갑자기 하기 싫어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잔소리를 참는 것이 딸꾹질을 참는 것만큼 어렵다. 뱉어놓고 후회한 적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래도 잔소리를 삼키려 노력하는 스스로를 칭찬하자. 주변에 칭찬을 서로 나누는 사람이 있다면 더 좋겠다.

"오늘도 잔소리 열 개 중에 일곱 개만 뱉은 나를(너를)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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