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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Nov 23. 2023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팁_1

외동 아이 육아법

어릴 때부터 열일곱 살이 된 지금도 아이가 책을 좋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조건을 묻는다면, "시간 확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외동은 책을 좋아하기 유리한(?) 조건이다. 그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이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혼자서 노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 그 조건이기 때문이다. 전업맘이라 하더라도 아이를 키우면서 24시간 1,440분을 아이 옆에 꼼짝없이 붙어 있을 순 없다. 아이가 잘 놀고 있는 틈을 타서 짬짬이 집 안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가 문득 돌아보았을 때 혼자서도 잘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다행스러움과 동시에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그래도 아이가 혼자 노는 모습이 안쓰럽다는 이유로 둘째를 가질 수도 없는 일이니까. (주변에서 이런 이유로 둘째를 가져야 하나 하는 고민을 들을 때면 있지도 않은 둘째에게 괜스레 미안해진다.)

아무래도 혼자 노는 시간이 많은 외동은 혼자 하기 수월한 놀이인 책 보기(글자를 읽을 줄 알게 되면 책 읽기)를 즐기게 될 확률이 높다. 자연스럽게 책에 노출이 되는 환경이라면 말이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 가족에 해온 자연스럽게 책을 노출하는 팁을 모두 나열하려고 한다. 외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더라도 각 가족의 상황이 다르기에 모든 팁이 다 통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는 걸 안다. 다만 이 팁들 중에서 단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좋겠다.


첫째로, 책 정리는 하루에 한두 번만

아이가 겨우 서 있을 수 있게 된 시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하던 놀이가 있다. 아이 책을 꽂아두기 위해 거실에 마련해 둔 키 낮은 책장을 짚고 서서 책을 몽땅 빼내는 것이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소리 내어 웃으면서 몇 번이고 반복하는 날도 있었다. 더 이상 뺄 책이 없을 때 더 빼라고 다시 책장에 꽂아 준 적은 있지만 그것은 정리 개념이 아닌 놀이 개념이었다.

영유아 시기의 아이들에게 책은 보는 대상이라기보다 그저 놀잇감 중 하나다. 그렇다 보니 소중히 다뤄야 하는 고가의 책 보다 아이가 물고 빨아도 되는 재질의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물고 빨다가 어느새 책장을 넘기는 날이 있다. (아이의 첫 책은 좋은 책이어야 한다며 굳이 고가의 전집을 들여놓고 후회막심이었던 흑역사가 있다.)

이런 시기에 양육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어질러져 있어도 참는 것이다. 정리는 아이가 오전에 한참 놀고 낮잠에 들었을 때와 (이때도 가능하다면 생략하고 아이와 같이 낮잠 자기를 추천한다.) 밤에 잠자리에 들고난 이후에 하자. 정돈된 집보다 중요한 것은 양육자의 체력이니까.


둘째로, 언제 어디서든 책을 가까이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해서 이제 우리 가족의 외출 습관이 된 것이 있다.

"나가기 전에 화장실 가렴~." 이 말처럼 빼먹지 않고 해 오는 말이 "책 챙기자~"이다. 어릴 때는 가늠이 안되어서 아이가 여러 권을 챙기는 때도 있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상황이라면 가능한 다 챙길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에코백 하나를 "책가방"으로 따로 하나 들고 다녔다.

아이가 자라면서 이제는 각자 한 권씩 들고 다닌다. 하지만 읽지 않아도 강권하지는 않는다. 어떤 날은 음악을 듣거나 지하철 창 밖을 바라보는 게 더 좋은 날도 있으니까. (하지만 너무 오래 의미 없는 영상들을 넘겨 보고 있으면 "오늘 무슨 책 가지고 나왔어?" 하고 둘러 말하기도 한다. 엄마가 입을 여는 순간부터 아이는 엄마의 속내를 이미 눈치채겠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족 모두가 e-book을 갖게 되었다. 남편이 쓰다 보디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아서 나도 하나 마련하게 되고 아이도 하나 마련하게 되었다. 여행 갈 때나 여러 권을 챙기고 싶을 때 유용하다. 특히 핸드폰 스트랩을 장착하면 책을 누워서 보고 싶을 때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셋째로,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도 읽어주기

자기 전에 책 읽어주는 시간을 꽤 오래 규칙적으로 지켰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가 읽어주다가 여섯 살 무렵부터는 아빠로 담당을 바꾸었고 열다섯 살까지 이어졌다. 아빠는 책 읽어주는 시간을 지키기 위해 야근을 하더라도, 친구와 약속을 하더라도 최대한 그 시간에 맞춰 귀가하는 노력을 보였다. 아이도 당연히 아빠의 노력을 알게 되었고. 10여 년을 이어온 그 시간은 아이가 갭이어 기숙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멈추게 되었다.

아이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고 이어가기를 추천한다. 이 시간이 아이와 아빠와의 관계 형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처음엔 육아 바통터치와 책을 읽어주며 재우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책을 읽다가 수다로 빠지는 일들이 생기면서 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다는 아이가 (흔히 불리는) 사춘기 때가 되어도 아빠와 대화를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브런치 글에 올린 적이 있다.

밤 10시가 허전한 아빠 (brunch.co.kr)


넷째로, 책으로 수다 떨기

아이가 열두 살 무렵부터 4년 정도 같은 책을 읽고 셋이 모여 앉아 수다 떠는 시간을 가졌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이어졌고, 아이가 중졸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시기에는 잠시 쉬어가기도 했다.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이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아마도 세 사람 모두 수다를 좋아하는 성향이다 보니 책수다가 잘 이어져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수다의 과정은 이렇다.

서점에 함께 가서 셋 모두 마음에 드는 책 두 권씩 골라 모이기

-> 한 권씩 탈락시켜 마지막까지 남은 책 한 권을 구입하기

-> 도서관에서 동일한 책 대출하기, 남편은 출퇴근 시에 읽기 편한 e-book 대출하기

-> 넉넉하게 책 읽을 시간을 주고, 책수다 할 날짜 정하기

-> 미리 정한 순서대로 돌아가며 질문 준비해 오기 및 진행하기 (책수다 하는 중에 아이가 준비해 온 질문 수정하지 않기)

-> 준비해 온 질문은 셋 모두 답하기 (아이가 어른의 답변에 따라오지 않도록 아이 먼저 답하게 하기)

-> 다음 책수다로 추천할 책 있으면 추천하면서 마무리하기


(그동안 했던 책수다는 아래 링크에 정리되어 있다.)

[브런치북] 10대 아이와 함께 책수다_1 (brunch.co.kr)

[브런치북] 10대 아이와 함깨 책수다_2 (brunch.co.kr)


다섯째로, 디지털 디톡스 여행

우리 가족이 즐기는 여행 중에는 걷기 여행, 기차 여행, 휴양림 여행 그리고, 디지털 디톡스 여행이 있다. 휴양림과 속초, 강릉 쪽으로 여행할 때 주로 디지털 디톡스 여행을 한다. 위에서 잠시 속초의 문우당서림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가족은 속초나 강릉 쪽으로 여행하기를 즐기는데 그쪽으로 가게 되면 반드시 문우당서림에 들른다. 집에서 이번 여행 동안 읽을 마땅한 책을 고르지 못하면 그곳에서 책을 구입한다. 그리고 여행 일정 중 하루는 디지털 디톡스 데이를 갖는다. 삼시세끼 식사 후에 30분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로 하고, 그날은 책에 집중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보드게임을 즐긴다. 그 하루가 얼마나 긴지 매번 느끼게 된다.


여섯째로, 책in밥

책수다를 2년여간 하지 않았더니 올해 초에 살짝 그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생겼다. 다시 제안하고 싶었지만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읽어야 할 거리들이 많이 생겨 모두 같은 책을 읽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생각해 낸 것이 "책in밥" (투표로 정한 이름)이다.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어느 달은 아주 치열하게 네다섯 권씩 읽어내고, 어느 달은 각자 겨우 한 권 읽어내는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오고 있다.

책in밥은,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과 상관없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은 날짜를 기준으로 그 달에 읽은 권수가 가장 많은 사람이 승. 그 사람이 돌아오는 주말 외식 메뉴를 정한다. 나머지 멤버는 무조건 그 결정에 따른다.




여러 가지 팁을 나열했지만, 글을 시작하면서 언급했던 것처럼 책 읽을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려운 팁들이다. 아이가 모든 교과 과목을 착실히 감당하면서 책을 가까이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원한다면 학업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책을 허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미디어 홍수 시대를 지나 미디어 쓰나미 시대 속에서 아이가 책을 읽는 모습에 오히려 안심할 수 있다면 좋겠다. 책이 아이의 내면에 쌓아주는 힘을 믿으면서 말이다.


(글이 길어져 이 내용은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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