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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Dec 21. 2023

놀이+놀이

장난감 없이 놀기_2

나를 알아가면서 누군가 만들어둔 것을 따르기보다 처음부터 틀이 없었던 것처럼 가보기를 좋아하는 성향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지나고 나서 보니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런 부분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물건(또는 장난감)의 원래 용도와 다르게 아이와 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기를 즐긴 것도 그것의 일환인듯하다.

예를 들면, (카페에서) 미처 장난감을 챙기지 못했을 때 티슈를 활용해 놀거나, (집에서) 지겨워진 놀이와 놀이를 연결하는 것 등이다.


<퍼즐 + 얼굴 근육 움직이기>

아이가 종이 퍼즐을 한창 잘 가지고 놀던 무렵에 피스 4개 또는 9개 퍼즐이 지겨워지면 썼던 방법이다. 익숙해진 퍼즐을 지겨워할 때나 퍼즐 하나로 조금 더 오래 시간을 끌고 싶을 때 활용하면 좋다. 


1) 퍼즐 한 조각을 이마에 붙인다. (코팅된 부분이 훨씬 잘 붙는다.)

2) 손을 대지 않고 얼굴 근육을 움직여서 퍼즐 조각을 떨어뜨려야 한다.

3) 떨어뜨리기 성공한 조각을 퍼즐 판에 맞춘다.

4) 이어서 다음 조각을 이마에 붙이고 같은 방법으로 퍼즐을 이어간다.

5) 이 놀이에 익숙해지면 퍼즐 조각을 퍼즐 판 안에 떨어뜨려야만 퍼즐을 맞출 수 있게 한다. 바닥에 떨어뜨리면 다시 한다.

6) 양육자도 마주 앉아서 얼굴 근육을 움직이다 보면 서로의 표정을 보며 웃을 수 있다. 


놀이+놀이 연결하기. 이 방법은 소소하게 연결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스케치북에 얼굴 그리기+(엄마가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으로) 화장시키기, 도미노로 길 만들기+쓰러뜨린 도미노를 건드리지 않고 걷기 등. 도미노 사이 걷기는 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줄넘기 줄이나 운동화 끈, 케이크 끈 등을 이용해서 바닥에 길 만들기를 한 다음, 줄 건드리지 않고 걷기 또는 허리를 잡고 기차를 만든 두 사람이 길 건드리지 않고 기차 통과하기 놀이를 할 수 있다. 성격이 급하거나 연령이 어린아이에게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인형 + 복면가왕>은 아이가 아홉 살 무렵에 인형놀이를 하다가 확장시킨 놀이다. 그 무렵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되고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며 시청했던 방송이었다. 이런 확장은 놀이 시간이 충분하다면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우리도 어릴 적 운동장에서 모래놀이를 하다가 소꿉놀이나 엄마아빠 놀이로 이어졌듯이 말이다.


가면 이름(왼쪽 사진부터 순서대로): 빨간 집에 고드름,  월요일에 교회 간다,  토리와 함께 춤을,  내 재산보다 값진 보석,  세침떼기 루라,  구름 한점 없는데 번개소리




미처 장난감을 챙기지 못하고 외출했을 때 아이와 노는 법을 하나 소개해 보려 한다. 카페에 갔을 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냅킨으로 아이와 놀아보자.


<카페에서 아이와 냅킨 활용해서 놀기>

*중요: 한 손 가득 집어오진 않는 센스.^^ 서너 장이면 충분.


1) 작게 더 작게 접기

- 어떤 방식으로 접든 간섭하지 않고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접기. 마구 구기는 것만 피할 수 있도록 잘 도와보자.

- 이때 두 겹 냅킨을 한 겹씩 나눠 가지면 더 잘 접히고 아낄 수도 있어 일석이조.

- "누가 누가 작게~"라는 말보다는 "오~ ㅇㅇ이는 그렇게 접는구나. 나는 이렇게 접어볼게."라는 식의 말하자. 얇은 티슈를 다루는 놀이에서 경쟁을 붙이게 되면 아이가 흥분해서 금세 끝이나 버릴 확률이 높다.

- 아이가 어려워한다면 같이 한 단계씩 접어갈 수 있다.

- 결과물에 서로 박수를 보내주자.


2) (접었던 티슈를 다시 펴서)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길게 만들

- 티슈가 얇기도 하고, 어떤 식으로 찢어야 길어질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한 놀이로 난이도가 있다.

- 아이가 어려워한다면 한 장으로 같이 해볼 수 있다. 

- 결과물이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집중해서 조심스럽게 찢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 칭찬하자.


3) 길어진 냅킨으로 놀기

- 짧게 만들어졌다면 팔찌로 손목에 둘러보자. (아이 손목에, 내 손목에 둘러보고, 함께 온 일행의 손목도 잠시 빌려보자.)

- 길게 만들어졌다면 조심조심 스카프처럼 목에 둘러보자.

- 멋지게 둘러 사진 찍어 보여주자.

- 아직도 끊어지지 않았다면 손을 다친 척 "붕대 감아주세요~" 해보자. "호호 불어주세요~."

스카프 두르고 멋진 척/ 손을 다친 척


4) 마지막으로 냅킨 한쪽 끝 적셔주기

- 아이가 테이블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도록 처음부터 물의 양과 냅킨의 양을 한정 지어 말해주고 시작하자.

- 쏟아붓지 않고 반드시 티스푼이나 손끝을 사용해야 한다. (번지는 상태를 보려면 아주 조금씩 적셔야 한다.)

- 티스푼 끝을 물에 적셔 냅킨 끝부분을 적신 후, 번짐을 살펴본다. 색이 있는 음료가 남았다면 음료를 이용하는 것이 더 흥미롭다.

- 색이 번지는 상태를 보면서 감탄사를 뱉어보자.



카페에서는 한 자리에서 조용히 노는 방법을 택한다. 냅킨을 활용한 놀이는 조심성이 필요해서 소란스러워질 확률이 낮다. 냅킨을 접거나 찢는 활동은 소근육 운동과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 생각만큼 잘 되지 않을 때의 짜증을 잘 넘기도록 도와주자. (실제로 찢기는 쉽지 않다.) "엄마도 잘 안되네. 이게 생각보다 어렵구나. 우리 ㅇㅇ이 그만큼이면 정말 열심히 한 거야." 등의 표현으로.

6,7세 아이에서 초등 저학년 아이까지 가능한 놀이다. 초등 저학년도 생각보다 이런 놀이를 즐긴다. 부모가 아이의 연령에 따라 응용하고 반응해 주면 된다.


카페에 가면 양육자도 휴식을 갖고 싶다. 아이가 혼자 놀아주면 고맙겠지만 "심심해~"라는 세상 가장 무서운 말을 연발한다. 잠시 동안은 영상으로 달랠 수 있지만 그 네모상자에 너무 긴 시간을 의존하는 것은 가능한 피하자. 영상으로 가기 전에 티슈를 이용해서 아이와 간단히 놀아보면 어떨까. 적어도 그날 하루만큼은 내 아이의 전두엽을 지켜낸 뿌듯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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