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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Feb 01. 2024

엄마의 취미도 포기하지 않기

아이와 함께 미술관 갈 때의 Tip 10가지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아이의 성향에 맞춰서 휴일 일정을 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다고 양육자의 취향을 전혀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휴일이 지겹기만 하다면 휴일 일정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어느 구석에 팽개쳐 두었던 양육자의 취미도 한번 꺼내어보자.


아이가 생기기 전부터 미술관에 다니길 즐겼던 나는, 이 한 가지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도 태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미술관 다녔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휴일 서너 시간 아이를 부탁드릴 부모님이 근처에 계시지 않았기에 할 수 없이 아이 데리고 미술관엘 다녔다. 가끔은 남편에게 맡기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셋이 함께 다니는 쪽을 선택했다. 화가에 대해 아는 것이 많거나 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은 아니다. 고흐는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뒤샹은 변기를 작품으로 내놓았다는 것을 아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림이나 사진에 몰입해 있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감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그 취미만큼은 붙잡고 있었던 덕분에 아이는 미술관에 자연스럽게 드나들었고, 지금은 방학이면 친구와 미술관 다니는 청소년이 되었다. (이번 방학에도 아이는 친구와 "이경준 사진전"을 보러 다녀왔다.) 그리고 엄마와의 "미술관 데이트"는 아이에게 (내게도) 여전히 즐거운 이벤트다.


아이가 둘셋이면 휴일 계획도 다양해야 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첫째는 물놀이를 좋아하고, 둘째는 실내 놀이터를 좋아하는 등 성향이 아예 다르면 엄마의 취미는 끼어들 틈조차 없다고. 자주 느끼지만 아이를 둘 이상 키우는 분들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에 감히 언급할 수가 없다. (그래서 브런치북 제목에 "외동"이라는 단어를 굳이 넣어둔 것이다.)


아이에게 양육자의 취미를 공유하려면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움"인 것 같다. 양육자도 아이도 함께 즐거울 수 있도록 이 시간만큼은 어떤 부담도 내려놓고 즐겨보자.


아이와 함께 미술관 갈 때의 Tip.

1) 아이와 함께 갈만한 (어렵지 않은) 전시의 얼리버드 티켓을 미리 사둔다.

: 전액을 다 주고 가기엔 입장료가 부담스러운 전시가 많기도 하지만, 금액이 클수록 본전 생각이 커져서 아이가 전시를 좀 더 값지게(?) 봐주기를 바라는 욕심이 커진다.

2) 최대한 한적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평일 낮 시간을 이용한다.

: 아무래도 아이들은 키가 작다 보니 성인의 등판에 시야가 가려져 즐겁기보다 답답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 사람이 많다고 알려진 전시의 경우에는 때때로 학교에 현장학습을 신청하고 간 적도 있다. 가끔 엄마의 이런 과감한 이벤트가 아이에게 큰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 월요일에도 오픈하는 전시인 경우에는 월요일을 활용해 보자. 월요일에 휴관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월요일이 한산한 경우가 종종 있다.

3) "미슬관 데이트"라는 이름으로 엄마도 아이도 평소보다 좀 더 차려입고 나선다. 설렘이 플러스되는 효과가 있다.

4) 미술관에 사물함이 있는 경우라면 가방이나 외투는 보관하고 입장하기

: 미술관 내부는 더운 경우가 많은데, 덥거나 몸이 불편해지면 아이가 점점 힘들어한다. 아이가 힘들어지면 서로 괴로워지는 상황이 생기니 가능한 몸을 가볍게 하고 관람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5) 미술관 매너 알려주기 

: 뛰어 다니거나 큰 소리로 떠들지 않는 것은 기본

: 그림 가까이에서 손가락으로 직접 가리키지 않기 (뒤에서 같은 작품을 보고 있는 사람의 감상에 방해가 된다.)

: 작품 코 앞까지 가서 그림 보지 않기 (재질이 궁금하거나 특별한 경우라면 얼른 보고 빠지기. 그림 전체가 가려져 이 또한 감상에 방해가 된다.)

6) 관람 전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 골라보자고 미리 이야기한다. 전시관에서 나와 서로 고른 작품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 아래 10) 번과 이어짐

7)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라 '즐기는 시간'으로 만들기

: 그림을 보면서 엄마가 가진 지식으로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생긴다. 아이가 엄마의 설명을 즐긴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금 참아보자.

8) 아이가 조금 크고 미술관 매너에 익숙하다면 미술관 입구에서 헤어져 각자 감상하고 출구에서 만나기 

: 아이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라면 가능하다.

9) 기념품 샵에서 굿즈 하나 정도(엽서나 책갈피 등)는 구입해서 기념하기

: 시간이 지나고 전시를 기억하는데 굿즈 하나가 생각보다 한몫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굿즈로 나와있다면 금상첨화.

10) 전시를 보고 난 후에는 달콤한 디저트 타임을 갖는다.

: 지나고 생각해 보니, 이 시간 덕분에 아이를 포섭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취미가 무엇인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부모의 모든 욕구를 치워두는 희생은 아이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욕구도 조금씩 챙겨보자. 아이와 함께 오래오래 마주 웃을 수 있도록, 엄마가 (아빠가) 웃는 순간들을 결코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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