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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Jan 18. 2024

외동이라서 홈스쿨링?

"아이가 하나니까~"로 시작되는 말을 종종 듣는다.

아이가 하나니까 그렇게 놀아줄 수 있지, 아이가 하나니까 그렇게 책 읽어줄 수 있지, 아이가 하나니까 그렇게 여행 갈 수 있지, 아이가 하나니까 홈스쿨링 할 수 있지 등등... 수긍이 되는 말이다. 외동이라서 가능한 것들이 많다. 반대로 외동이 아니라서 가능한 것들도 많다. 아이들끼리 서로 의지가 되는 모습을 볼 때, 엄마아빠에게 삐지고는 같이 작당할 편이 있을 때, 인원수만큼 대화가 더 풍성해질 때, 서로 어렵게 조율해서 일치를 얻어낼 때 등등... 부러운 순간들도 적지 않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교육에서 홈스쿨링으로 옮겨올 당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지만 외동이라는 것은 오히려 홈스쿨이 꺼려지는 요인이었다. 홈스쿨링에 대한 자료를 찾아볼 무렵 홈스쿨러 자체가 많지 않았고, 드물게 보이던 홈스쿨링 가족마저도 대부분 아이가 둘 이상이었다. 아이가 하나인 경우는 찾기 쉽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도 그런 홈스쿨이 이상적으로 보였다. 아이가 둘 이상은 되어야 서로 간에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면서 홈스쿨링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더 많은 다른 이유들로 인해 홈스쿨링을 선택하게 되었다. 자세한 건 아래 링크된 브런치북 <열네 살 아이와 시작한 홈스쿨>을 참고하시길.)

홈스쿨링을 시작할 무렵에는 "아이가 하나인데 홈스쿨링 괜찮겠어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홈스쿨링을 마무리한 지금에 와서는 "홈스쿨하셨다고요? 아이가 하나니까 가능했겠죠"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런 말에 선택에 대한 흔들림은 없었고 뒤늦은 후회도 없지만, 어떤 기준으로 하는 말인지 궁금해지긴 한다.


다행히 아이는 열네 살에서 열다섯 살까지 2년 간의 홈스쿨 기간을 좋게 기억한다. 그때를 물으면 특별히 "산책시간"을 빼놓지 않고 말한다. 2년 간 하루에 두 시간 정도 산책은 아이의 소중한 루틴이었다. (가끔은 동행하기도 했다.) 귀에 이어폰만 꽂으면 한겨울 추운 날씨도 별일이 아니었다. 감정이 컨트롤되지 않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그 무렵이 자신에 대한 생각이 가장 깊었던 사춘기였던 것 같다고 아이는 말한다.

어제, 방학이라 늦게 일어난 아이와 늦은 아침을 먹다가 아이에게 외동에 대한 장단점을 물었다. 머릿속에 이 글을 쓰기 위한 스케치 중이었기에 다분히 의도를 가진 질문이었다. 외동인 아이 본인의 입장에서 홈스쿨링에 대한 생각을 여기에 공유하고 싶었다.


아이(현재 열여덟, 거꾸로스캠퍼스 재학 중)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이렇게 말했다. "외동이 아닌 삶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이라는 거. 알지?"

"오케이."

"장점은 나랑 같은 환경의 또래가 없다는 게 좋았어."

"응? 무슨 말이야?" 

"비교 대상이 집안에 없어서 좋았다는 거지."

"아, 형제까리 비교하는 게 없어서 좋았다는 거로군. 또?"

"돈이 덜 들어서 부담이 적다는 거. 선택하는 데 있어서. 엄빠가 고려해야 할 것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한 게 있긴 하지. 그리고 설거지거리가 그만큼 적다는 점."

"푸핫, 요즘엔 설거지 자주 하지도 않으면서."

"집에서 시끄럽게 떠들 수 있다는 거. 여러 명이 있으면 엄마가 조용히 시킬 것 같아."

"그렇긴 하겠다. 여럿이 동시에 떠들면 정신없을 테니까."

"독방을 쓸 수 있어서 좋지."

"단점은?"

"아무래도 나중에 엄빠 노후에 대한 걱정은 있지."

"진짜?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건 장점도 단점도 아닌데, 가족이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나를 수용해 주는 어른만 있는 가족이라는 거.

나보다 어리거나 아량이 넓지 않은 타인과 생활은 불편할 것 같아. 그건 학교에서 배울 수 있으니까. 언니나 오빠가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해. 의지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음... 친한 언니가 있었으면 하는 말은 가끔 하더니.'

"비슷한 나이인데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옆에서 구체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긴 해. 영화나 책이랑은 아예 다르겠지. 그리고 소중한 사람이 더 생기겠지."

"올~~~"

"근데 외동이 아니었으면 홈스쿨 안 했을 거야. 나한테 홈스쿨은 "사색"이 중요했기 때문에 그게 안 되는 상황이었다면 안 했을 거야."

"그 정도로 중요한 줄은 몰랐네."


홈스쿨링 시작 무렵에는 산책하며 사색하는 시간이 이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줄은 아이 자신도 아마 몰랐을 것이다. 되짚어보니 그 시간이 그만큼 중요하게 남아있는 것이겠지. 홈스쿨을 시작하던 단계에서는 우리 중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확이다. 그 외에도 (인지하는, 인지하지 못하는) 다른 수확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지하는, 인지하지 못하는) 놓친 것도 있을 것이고.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음으로 해서 놓친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놓친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아이도 남편도 나도 놓친 것보다는 우리가 누린 것과 앞으로 누릴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외동이라서 홈스쿨링이 가능한 게 아니냐고 물어오면 이제는 제대로 답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홈스쿨링을 선택함에 있어 아이가 몇 명인지는 특별한 요인이 아니라고 말다. 가족 구성원들 모두 합의가 된다면 아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가족의 상황에 맞도록 조절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해줄 것이다.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홈스쿨의 주체가 아이의 바람과 아이의 시간을 지켜줄 부모의 의지라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꾸려보는 경험은 예상하지 못한 수확을 남겨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홈스쿨링을 선택하세요"라고 말하는 글은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이런 길을 선택한 경우도 있어요"라고 말하는 글이다. 다양한 경우가 있음을 알고만 있어도 이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데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그 다양함의 하나로 추가되고 싶어서, 그저 세상에 홈스쿨러의 이야기가 좀 더 다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계속 글을 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omeschool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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