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져 걸어보니 비로소 안다
왼쪽 발가락 하나가 아픈데
아홉 발가락이 고생이다.
발가락 하나가 아플 뿐인데
두 다리마저 고생이다.
왼쪽 발가락 하나가 아픈데
발바닥을 편안하게 바닥에 내려놓던 생각이 난다.
발가락 하나가 아플 뿐인데
발을 굴려 길을 걷던 생각이 난다.
상황이 달라졌을 때에야 비로소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쓰고
평소 하지 않던 생각을 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걸음이고
밤이 되어 다시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걸음이라는 것을
이제야 안다.
거리에 기울어진 걸음 많다는 것을
마주 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이렇듯 아파보아야만
알게 되는 어리석은 나를
이제야 또 한 번 안다.
(이제는 다 나아 곧 다시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걷는 동안 제게 찾아와 주었던 시들로 걷지 못하는 동안의 연재를 이어갈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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