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뽀얗게 쌓인 책을 꺼내어 첫 장을 펼치니 잊었던 목소리가 있다
내 이름을 부르며 이 책을 골랐던 당시의 마음을 읊어준다
반가운 마음이 번져
내 집에 오래 머물러 오롯이 내 것이 된 물건을 찾아본다
오늘 아침 감각 없이 사용했던 찻잔도
선반 위 머그도
창가의 작은 화분도
액자 속 퍼즐도
누군가의 얼굴과 겹쳐 보인다
커튼을 남김없이 열어 그늘진 곳 없이 둘러본다
이 공간에 들어와 준 첫 순간의 장면들로 가득해진다
철 지난 선풍기에도
의자 위 쿠션에도
빨래 건조대의 양말에도
이야기가 보인다
내일도 같은 벽에 걸린 같은 그림이 다시 반갑겠다
혼자여도 가득한 오후가 된다
___
(이미지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