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묵상

일상 한가운데로의 여행

by 툇마루

제주의 겨울 날씨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고 제주 사는 지인이 그랬다.

겨울 제주를 보러 왔더니 그 말이 생각난다.

흐린 구름 아래 우박이 내리다가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린다.

다시 해가 나고 다시 어두워지고 다시 진눈깨비가 내린다. 그리고 다시 비.


이곳에서라면 이조차도 좋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이곳에서라면 비를 맞아도 좋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여행을 떠난다는 건 일상을 떠나는 시간이다.

도망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다시 돌아간 일상에서 힘을 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떠나 있는 나의 앞, 창밖으로 일상 한가운데 있는 한 청년이 우산도 없이 스쳐간다.

카페의 직원인 듯 앞치마를 멘 그가 빗속을 걸어 카페로 들어온다.

두 손에는 여럿의 점심으로 보이는 묵직한 하얀 비닐봉지가 들려있다.


우리가 일상을 떠나 도착한 여행지는 누군가의 일상이다.

흐린 구름 아래 우박이 내리다가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린다.

흙이 젖고 물이 고이고 신발이 젖고 진흙탕이 된다.

일상 속에서라면 이조차 좋다는 생각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라면 점심거리를 사러 나갈 때만이라도 바람이 불지 않기를, 비가 오지 않기를 생각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진눈깨비가 날리는 변덕스러움조차 멋진 곳에도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20241227_143517.jpg 이 또한 예상치 못한 맑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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