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묵상

가을가을합니다

by 툇마루

주말에 예정되었던 강의가 하나 취소되었다. 그간 애써 준비해 온 것을 생각하면 실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 텐데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겨 좋았다. 그동안도 실상 나가서 운동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마음을 내 놓지 못하다가 여유를 얻은 덕에 나가서 걸었다. 습관처럼 이어폰을 노이즈캔슬링 모드로 하고 오디오북을 재생했다. 김애란 작가님의 에세이였다.

종이가방에 담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산책길로 들어서는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보였다. 시인이라도 된 듯 나무에 흔들리는 바람이 듣고 싶다는 낯간지러운 표현이 떠올라 이어폰을 주변소리가 들리는 모드로 전환했다. 그리고 음악을 고르기 위해 멈춰 섰다. 걷기 운동을 시작하면 가능한 멈추지 않으려고 하지만 제대로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게 만드는 가을바람이었다.

유튜브를 열어 검색창에 "조용한 산책"을 입력하고 리스트를 쭉 올리다 가을 아침에 들으면 행복 지수가 상승한다는 문구가 쓰인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하고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산책길의 주변소리뿐 아니라 러닝 하는 사람들의 발 딛는 소리와도 찰떡궁합인 음악이었다. 영상의 소개 문구대로 가을 아침 기분 상승.


카톡 알림이 떠서 확인해 보니 아끼는 동생의 메시지였다. 엊그제 생일이어서 잠옷을 선물로 보냈는데 고맙게도 착용샷을 보내왔다. 다 걸은 다음 나중에 답신하고 싶지 않아 다시 멈춰 섰다. 가족의 잠옷은 사도 자신의 잠옷은 제 돈 주고 사기 어려워하는 우리 서로에게 더욱 기분 좋은 아침이 되었다.

별것 아닌 것에 기분이 좋아지는 가을 아침이다.

별것 아닌 것에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어려운 가을 아침이다.


KakaoTalk_20251017_155530422.jpg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혀 찍은 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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