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답이 있는 질문
어떤 질문은 듣고 싶은 답이 이미 마음속에 정해져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의 대부분 아니, 95% 이상은 내가 원하는 답변과는 판이하게 다른 답변이 상대방에게서 나온다. 가끔은 유치하게 "그리고, 또?"라는 말이나 직접적으로 "나랑 관련해서는?"이라고 묻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약간의 아쉬움을 감추고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다 보면 좀 전까지 가졌던 아쉬움은 대부분 흐려지거나 아예 잊어진다.
듣고 싶은 답변을 가지고 하는 질문이란, 어떤 면에서는 상대방의 생각을 좌지우지하고 싶은 욕심일 수 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대놓고 묻자.
남편과 함께 동네 한 바퀴 7.5km를 걸은 토요일 아침, 부끄럽게도 남편에게 질문을 던지며 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래 추가 질문을 하면서.
(*남편은 훈, 아내는 화로 표기합니다.)
아내 질문
훈: 질문하는 지성.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이게 가능하려면 계속해서 배움에 대한 열정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거든. 나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어.
화: 유머러스함.
자기 답변처럼 이것도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어야 가능하겠지. 보통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사람이 유머러스할 수 있다고 하잖아. 근데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그때에는 지금보다 내면에 단단함이 생겨서 그것을 바탕으로 유머러스함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람이면 좋겠다.
훈: 이 질문이나 답변 모두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많은 게 담겨있는 것 같네. 간단하지만 좋은 질문과 대답이었네. (웃음)
남편 질문
화: 이건 내가 바로 대답할 수 있지. 계속 꿈꿔오던 여행이 있거든. 무조건 오스트리아 빈이야. 날씨 좋은 빈에서 미술관도 많이 다니고, 많이 걷고, 골목에 의자 내놓은 카페에 앉아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래야지. 안이가 클수록 요즘 점점 더 대화하는 시간이 좋아지는데 그런 여행을 하면 또 다른 대화가 가능해질 것 같기도 해.
훈: 근데 왜 빈이야?
화: 지난번에 같이 영상으로 본 게 영향이 좀 컸고, 겁이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안전도 중요하긴 하고 그래서.
훈: 나야 뭐, 자주 말해서 너무 잘 알겠지만 꿈꾸고 있는 크루즈 여행이지. 기착지는 3일에 한 번 정도만 내리고, 안이도 나도 크루즈 안에서의 시간을 충분히 즐길 것 같지 않아? 운동도 하고 수영도 하면서 푹 쉬고 책도 읽고.
화: 맞아. 안이도 자기랑 비슷해서 기착지에 자주 내리지 않아도 좋아할 것 같아. 그래도 자기보다는 자주 내리고 싶어 할걸?
훈: 이안이는 두 여행 중에 뭘 더 선호할까?
화: 요즘 같아서는 거의 백퍼 크루즈 여행일 거야. 기말 준비하면서 좀 쉬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고. 운동하고 맛있는 거 먹고 다시 수영하고, 그것만으로 완전 안이 취향 저격일 듯.
아내 추가 질문
훈: 땀을 흠뻑 흘리는 운동을 하고 샤워 후에 여유 가질 때. 요즘은 주로 즈위프트 타고 난 이후가 그런 시간인 것 같네. (음... 내가 이 대답을 들으려고 던진 질문이 아닌데 말이지.)
화: 나는 저녁에 안이도 남편도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집으로 돌아오는 가족도 너무 반갑고, 내가 반가움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참 좋아. 정말 행복하지.
질문 부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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