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0주년에 하는 흔한 질문
결혼 20주년이라고 딱히 특별하고 대단한 시간을 보내진 못했다. 둘이 가고 싶었던 트레킹 여행을 가기엔 남편이 긴 휴가를 낼 수가 없었고, 오래 끼고 있던 커플링을 바꾸기엔 놀랄 만큼 금값이 올라있었다.
여름휴가와 20주년 여행을 하나로 퉁쳐서 다녀오고, 내 손가락에 익숙한 반지가 그대로 끼워져 있다고 아쉽진 않았다. 상황이 될 때 언제라도 하면 되는 것들이고, 가고 싶은 그곳을 조금 더 품고 꿈꾸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퉁친 여행을 다녀온 주말 자장면과 탕수육을 주문해 놓고 남편과 마주 앉아 질문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훈, 아내는 화로 표기합니다. 실제 대화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20년을 같이 산 소회를 이야기해 본다면,
훈: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려줬지. 자기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때 행복하고, 어떤 때 힘든지를 자기 덕분에 알아갔지. 20년 동안.
화: 나는 몇 번 말한 것 같은데 자존감이 건강해졌지.
내가 하는 것에 대해서 어지간하면 "잘했어요"라고 말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힘이 되더라고.
아내 질문
훈: 리액션이 좋잖아. 내가 조금만 잘해줘도 엄청 좋아하기도 하고.
남편 질문
화: 변함없이 한결같아서 좋지. 그게 자기의 최대 강점이야.
정서적으로 결핍된 부분이 자기의 변함없음으로 채워지더라.
이 정도면 우리 20년 참 잘 지낸 듯, 그치?
질문 부부의 시작,
https://brunch.co.kr/@circle73/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