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니아니", "그치그치"

몰랐던 말 습관

by 툇마루

우리 가족은 예능 프로그램 만큼은 꼭 다같이 모여서 본다. 드라마나 다른 장르의 프로그램들은 각자 보지만 예능은 같이 봐야 두 배 세 배로 즐겁다는 것을 알기에 늘 같이 본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1,2주를 기다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가 간단하면서 재미난 게임을 보게 되면 기억해뒀다가 따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에는 "금지어 놀이"를 따라 하게 되었다. 게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가 모여 속닥속닥 그 한 명이 자주 쓰는 말 중에 하나를 골라 금지어로 정하고, 또 다른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가 모여서 금지어를 의논해서 모든 멤버의 금지어를 정한다. 그런 후에 본인의 금지어를 모르는 채로 편하게 대화하는 가운데 금지어를 미리 정한 수만큼 말하게 되면 벌칙을 받게 되는 게임이다. 그 게임을 알게 된 후 어느 주말 식사 후에 금지어를 놀이를 하게 되었다. 남편과 아이가 정한 나의 금지어는 "그치그치"였다.


그치, 그치. (그렇지, 그렇지.) 이 말을 자주 하게 된 지난 일이 생각났다.

아마도 5,6년은 더 되었을 무렵의 일이었는데, 그 무렵 자주 만나던 동네 지인들이 있었다. 도서관 자원봉사를 하는 멤버들이라 모여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커피를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니아니"라는 말을 숨도 안 쉬고 붙여 말하는 내 목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 말을 한 번이 아니라 조금 전에도 했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이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당황스러웠다. 누군가의 말을 강하게 반박해야 하는 순간도 아니었음에도 '아니'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두 번 연이어 말하고 있었다. 앞에 앉아 대화하고 있는 이에게 미안해졌다. 그것을 인식한 이후로 내가 이 말을 자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고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말로 교정하자는 생각에 "그치그치"를 자주 말하기로 한 것이다. 꽤 오래 의식적으로 연습을 했고, 어느새인가 연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


금지어 게임을 하면서 나의 금지어가 "아니아니"가 아닌 "그치그치"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진심으로 기뻤다. 그만큼 자주 하는 말이 되었구나. 이제는 나도 모르게 그 말을 자주 뱉고 있구나 싶어 다행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물었다.

"내가 이 말을 자주 해?"

"얼마나 자주 하는지 모르고 있는 거야? 하루에도 여러 번 해."

남편이 대답해 주었다.

"이 말 들으면 어떤데?"

"리액션 좋아서 기분 좋지."

그랬구나.

다행다행, 정말 다행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놓쳐버린 독서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