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부부_6

각자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질문 던지기

by 툇마루

뜨거운 여름 주말, 안성엘 다녀오다가 들른 카페에서 남편과 질문 시간을 가졌다. 일정상 이른 시간에 일어나 이동한 탓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카페에서 우리 부부는 꾸벅꾸벅 한참을 졸았다. 테이블 위엔 각자 읽으려고 가져온 책 두 권이 한 페이지도 펼쳐지지 못하고 고스란히 포개어져 있었다. 주문해서 받아둔 음료의 얼음이 거의 다 녹을 즈음 정신을 차리고, 푹 쉰 덕분에 다시 말갛게 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남편은 훈, 아내는 화로 표기합니다. 실제 대화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남편 질문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기억나는 메시지나 인상 깊은 스토리가 있다면?


화: 사실 요즘은 '우와, 이 책 뭐지!' 할 정도로 좋았던 책도 얼마 안 지나서 내가 뭐 읽었더라 하게 돼. 이게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핸드폰을 자주 보다 보니 정말로 기억력이 안 좋아지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나마 읽고 있는 중인 책은 기억이 나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훈: 그래도 요즘 핸드폰 덜 보려고 노력하잖아.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으니까 걱정은 말고.

화: 땡큐. 암튼 요즘 아침마다 아껴 읽고 있는 책은 우리가 지난번에 강릉 여행 갔을 때 들른 책방(한낮의 바다)에서 샀던 그 책,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김현). 하루에 서너 페이지씩만 아껴서 읽고 있지. 많이 배우면서 읽는 중인데, 이 책 다 읽으면 할 말이 많을 것 같으니 기다리셔. 나중에 이 작가처럼 글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지는 책이야.

엊그제 다 읽은 책이 자기가 예전에 추천했던 <화재감시원>(코니 윌리스)인데, 나는 자기만큼은 흥미 있게 읽진 못한 것 같아. 아직 SF소설은 나한텐 허들이 좀 있어. 근데 이 책의 특징이 재미있더라. 단편이 끝날 때마다 작가의 글을 실어뒀는데 난 그게 재미있더라고. 그중에서 작가가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에게 당부한 말이 있는데, 모두들 읽어주는 책 말고 자신이 재미있었던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라고 되어있는 부분이 있었어. 뭔가 그 나이대에 맞는 책이 아니거나 지루한 책이라도 읽어주라고. 자신이 재미있었다면 말이지. 작가가 유머러스하게 쓴 당부였는데, 약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작가도 그런 기억이 소설을 쓰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는 내용이었어.

훈: 그런 부분이 있었나? 나도 기억이 안 나네. (웃음)

화: 내가 작년에 글쓰기 모임 한참 했었잖아. 그때 서로 쓴 글에 대해서 합평해 줬는데 그때 들었던 말이 생각나더라. 세 번째 글인가 합평하던 날이었는데, 어떤 분이 나한테 어떤 틀을 깨야한다는 강박이 있는 사람 같다고 했거든. 당시에는 그 말 듣고 기분이 좋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느낄 수 있었겠다 싶어. 그 무렵에 내가 계속 그런 주제로 글을 썼거든. 아무도 모르는 사소한 거라도 나 혼자 정해진 틀을 깨면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가던 시기이기도 했고.

훈: 어떤 내용으로 썼는데?

화: 하나가 생각나는데, 속옷에 솔기가 있잖아. 그걸로 이야기를 시작했지. 솔기가 속옷 안쪽으로 가게 만들어져 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게 겉에서 보기엔 좋지만 피부가 직접 닿는 부분이라 불편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한동안 속과 겉을 뒤집어서 편하게 입은 적이 있다. 그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이었거든.

훈: 그런 글도 쓴 적이 있어? (웃음)

화: 응, 작가가 연령대에 맞는 책"만" 읽어줘야 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 나한텐 정해진 틀에서 좀 벗어나보자는 말로 들렸던 거지. 그래서 더 기억에 남나 봐.


훈: 나는 요즘에 쌍둥이의 특수한 텔레파시에 대한 소설을 읽고 있다고 했었잖아.

화: 응, 그러고 보니 둘 다 SF 소설이네.

훈: 나야 대부분 SF 지. (웃음) 제목이 <별을 위한 시간>(로버트 A. 하인라인).

그 텔레파시 때문에 쌍둥이 형제 중에 한 명이 특수통신원으로 우주로 나가게 되거든. 그러면서 우주선에서의 시간과 지구에서의 시간 차이가 생기면서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 지금 읽고 있는 부분에서 갈등이 시작되는 부분이거든. 두 사람의 갈등을 보면서 생각을 좀 하게 되더라고. 그러면서 오늘 질문이 생각이 난거지.

우주선에서의 시간이 느려지는 때가 있는데 그때 두 사람 사이의 통신이 끊어지기도 하거든. 그게 잠깐 끊기는 게 아니라 2년이 되기도 하고 그보다 더 오래 걸리기도 하고. 근데 한번 텔레파시가 끊어지는 일이 생기면 텔레파시의 질이 떨어지고 다시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려. 그러면서 단짝이었던 쌍둥이 사이에 갈등이 생기게 되지.

눈에서 안 보이면 멀어진다는 말이 있잖아. 이 쌍둥이 형제처럼 특별한 단짝이었더라도 연락이 끊어지면 관계가 변하는 걸 보면서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게 되더라고. 내가 지인들이나 친구들한테 연락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잖아.

화: 그렇지. 그런데도 자기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게 좀 놀랍긴 하네.

훈: 그러니까. 역시 소설을 읽어야 해. (웃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긴 하지만 그래도 노력은 좀 필요하겠구나 싶더라.

화: 오, 역시 소설의 힘이란! (웃음)

훈: 더운 여름 좀 지나면 내가 친구들한테 먼저 연락을 좀 해봐야겠어.

화: 좋은 생각이야. 당신의 저녁 시간의 자유를 허락하리이다. (웃음)




어떤 관계에서건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면 상호 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변치 않는 진리다. 알고 지낸 시간에 비례해서 두터운 관계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더라도 안부를 묻고 얼굴을 맞대고 일상을 나누자. 오랜 친구와도, 가까운 가족과도.


KakaoTalk_20250731_203735606.jpg 꾸벅 졸았던 카페. 창 유리를 통해 밖으로 비춰 이어진 빛이 이뻐서




질문 부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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