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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Sep 30. 2021

영화로 떠들기, 가족 영화수다

<Frozen II> 영화수다

우리 가족의 틀 없는 홈스쿨 중에 그나마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수다 시간이다. 2018년 1월에 책수다를 시작하고, 2019년 12월에 영화수다, 2020년 6월에 PT수다가 추가되었다.


영화수다는 다른 수다들과 다르게 불규칙적이고, 수닷거리 준비나 수다 분위기도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책수다 보다 어려운 점이 있는데, 셋 모두에게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는 영화를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같이 읽을 책을 고르는 것보다 어려울 때가 많다.

각자 좋아하는 장르가 다르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는 등장인물이 갈등을 겪으며 조마조마한 시간이 길어지면 힘들어한다. 그나마 판타지거나 애니메이션이면 어느 정도 설득이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오케이를 받기 쉽지 않다.      


2019년 11월에 이런 우리 셋 모두에게 잘 맞는, 게다가 아이도 나도 손꼽아 기다리던 영화가 개봉했다. 엘사와 안나의 이야기 “Frozen II”.

“Frozen I”도 다 함께 영화관에서 즐거웠는데, 6년이 흐른 뒤에 다 함께 보는 “Frozen II”는 또 어떨지 기대가 컸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전편에 비해서 아쉬운 면과 함께 나눌 이야기가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영화수다를 하기로 했기에 그 시간까지 참아야 했다. 이것 또한 영화수다의 어려움 중 하나다.

영화관 나들이를 하고 돌아와 아이에게 수닷거리 준비할 시간을 주고, 저녁 무렵 수다를 시작했다. (편의를 위해 표기를 이렇게 표기합니다. 남편:훈, 아내:화, 아이:안)          




첫 영화수다: 2019년 12월 7일

<Frozen II> _크리스 벅, 제니퍼 리_월트 디즈니

수닷거리 준비: 안     


1)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훈: 따뜻한 포옹. “I like warm hugs.” 올라프의 이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안: 사랑인 것 같다. 왜냐하면 엄마 아빠를 향한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니까.

훈: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이다”라는 말이 있다.

화: 변화가 나쁜 걸까?

안: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도 있다.

화: God. only God’s Love.

훈: 그러면 왜 하나님의 사랑은 변하지 않을까?

 - 함께 정리한 내용: 너~~무 큰 사랑이라서 사소한 것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아서.     


2) -쉬어가는 질문- 엘사가 입은 옷의 재질은 뭘까?   

훈: 나노테크놀로지가 아닐까? 아이언맨처럼.

화: 피부와 비슷한 재질로 목부분까지 덮는 올인원 아닐까?

안: 옷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화면이 올드해진 느낌이었다.     


3) 상상해서 이야기 만들기를 해보자. “만약 엘사와 안나 둘이 자매가 아니었다면?”     

- 셋이 마구 떠든 후 만들어낸 이야기:

어느 날, 아렌델의 문서보관함에서 엘사의 출생에 대한 문서가 발견된다. 그 문서를 안나(현재 여왕)가 발견하고 매티어스에게 보여준다.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메티어스는 그 문서를 들고 한밤 중에 안나를 다시 만나 마차를 출발시킨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노덜드라 부족장의 무덤. 그곳에서 부족장이 마지막에 마신 잔을 발견한다. 그 잔에서 단서를 찾는데, 그 잔에 물을 채워보니 엘사가 태어난 후 아렌델 왕에게 맡겨지는 홀로그램이 보인다. 엘사는 아토할란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것이다. 빠밤!     


4) 안나는 혼자 남겨진 힘든 상황에서 다시 힘을 냈는데, 그런 힘은 어디서 생긴 걸까?    

안: 아렌델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인가.

화: 엄마의 영향이 아닐까. 잠깐씩 기억 속에서 보이는 엄마의 단호함과 사랑.

안: 어렸을 때 엘사와 함께 이야기 놀이를 많이 해보면서 상상 속에서 여러가지 경험을 쌓아온 덕분일 수도 있겠다.

훈: 올해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지내면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기에 안나의 그 장면이 와닿았다.

화: 그런 일 년을 지내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 있다면?

훈: 인생을 좀 더 넓게 보게 되었다고 할까. 삶에 완충지대를 잘 만들어놓고 충격이 올 때 완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책을 더 보고 글을 쓰고 싶다.




이 수다를 끝내고는 어떤 질문보다 우리가 상상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본 시간이 최고였다고 입을 모았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듯 이야기를 쏟아내고 말도 안 되는 것들까지 끌어와 연결을 지어보며 넘어가게 웃던 그 시간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우리 또 하자" 해놓고선 까맣게 잊어버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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