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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Aug 12. 2021

오늘은 검정고시야!

학습편_1

"기분은 어때?"

"좋아, 그동안 공부한 거 확인받으러 가는 느낌."

오늘 아침 고사장으로 가는 길에 아이와 나눈 대화다. 시험일이 다가와도 아이는 좀처럼 긴장이 없었고 그저 조금 특별하게  지나가는 하루로 여기는 듯했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2020년 홈스쿨을 시작하면서  '검정고시'는 우리에게 먼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그때는 홈스쿨 중에 아이가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하면 그러자 하고 있었다. 넓은 의미의 "배움"에 중점을 두고 "학습"은 그 중에 일부로 생각했기에 2020년 아이의 책상 위 학습에 대한 교재는 중1 수학 달랑 한 권으로 시작되었다. 그 무렵 타이밍 좋게도 후원하고 있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수학교재가 출간되어 한 권 있는 수학 교재마저도 현재의 공교육과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혼자하는 홈스쿨러에게는 한계가 있는 교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며칠 지나지않아 다른 교재를 선택을 해야 했다.-그 교재는 다수가 모여 생각을 나누며 공부하기에 탁월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다음 들여다본 교재는 강의가 좋다고 소문난 <강남인강>과 여러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EBS 인강>이었고, 둘 중에 아이가 직접 강의를 들어보고 선택하기로 했다. 아이가 학교를 다닐 때도 자신이 공부할 문제집을 집 근처 서점에서 직접 보고 선택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선택은 그렇게 하려고 했다. 내용보다는 본문의 디자인이나 공부할 분량이 가능한 적은 것으로 고르긴 했지만, 그 또한 공부하는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연습이 되었기에 의심 없이 아이에게 선택을 맡겼다. 처음엔 <강남인강>을 선택해서 수학 강의를 듣다가 한 단원 정도 마무리될 무렵 <EBS 인강>을 들어보더니 자기랑 더 맞는 것 같다며 정착하게 되었다. (아이의 개인적인 성향으로 인한 선택임을 알려드립니다.)


학습에 대한 우리 부부의 생각 중, 중등 수학은 천천히 제대로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서둘지 않고 3년을 생각하고 있었다. 수학은 인강과 문제집으로 해결을 하고, 영어는 소통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기에 입시 준비용보다는 아이가 즐거워하는 방법으로 하게 두었다. 그 무렵 아이는 필리핀 원어민과 화상 영어를 하고 있었고, 태블릿 PC를 이용해 영어학습 어플로 단계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꽤 오래 진행해온 화상영어가 필리핀 현지의 코로나의 영향으로 차질이 자주 빚어지면서 멈추게 되었고, 기본적인 문법을 위해 EBS 중1 인강을 시작했다. 홈스쿨 첫 1년 학습에 대한 비중은 이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다 코로나가 예상보다 길어졌고 그해 연말쯤 우리는 계획에 수정이 필요함을 느껴 2021년부터 검정고시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검정고시는 매해에 두 번 4월, 8월에 있다. 우리는 8월로 계획을 했지만 비장하지는 않게, 이번에 안되면 내년 4월에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다. 2021년 제2회 검정고시의 간단한 일정을 보자면, 6월 초 검정고시 공고, 6월 중순 원서 접수, 7월 말 수험표 출력, 8월 11시험, 8월 말 결과 발표다.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볼 경우, 입시 요건에 맞는지 잘 체크해보아야 한다. 예를들어, 자퇴한 날짜와 검정고시 공고일 사이에 일정 기간이 지나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서점으로 다시 나가 수학, 영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국어, 사회, 과학, 도덕(선택)-검정고시 교재를 골랐다. 그리고 기출문제집까지. 수학, 영어는 해오던 진도를 조금 속도를 붙이되 검정고시만을 위한 공부가 되지 않도록 시험 전까지 볼 수 있는 만큼만 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수학은 중3 과정까지 다 볼 수 있었고, 늦게 시작한 영어는 중2 과정까지 볼 수 있었다. 국어는 아이가 책을 좋아해서 문제없을 줄 알았더니, 책과 시험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 외의 과목은 검정고시 교재로 준비를 했지만 과학의 경우에는 것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워 EBS 인강과 병행해서 준비했다.


공부하는 과정에 끊임없는 새로고침이 있었지만 그 이유로 지치지 않았다. 검정고시 준비는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가는 데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었고, 무엇보다 우리에겐 올해 이 과정을 끝내야 한다는 비장함이 없었기 때에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오늘, 바로 그날이 되었다. 아이는 평소처럼 긴장감 없이 웃으며 고사장으로 들어갔고 그 덕분인지 살짝 올라오려던 엄마 아빠의 긴장감도 사라지고 걱정 없이 오후 3시가 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고사실 들어가서 "내가 제일 어려..."라고 보낸 문자에 남편은 "귀여움 받고 오겠네"라고 여유로운 답변을 보냈다.


그동안 준비한 것에 떨림 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검정고시를 볼 수 있을 정도만 공부해도 되는 세상이라면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알고, 자신의 현재를 더 사랑할 줄 알며, 경계심 없이 자신을 친구에게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보는 검정 고시일이다.


_검정고시 고사장에 들어간 아이를 기다리며 쓴 글 (202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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