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본인의 홈스쿨에 관한 글이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소재를 쓰면 좋을까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랑 나랑 다툰 걸 많이 썼으면 좋겠어”라고 한다. 엄마가 쓰는 글이 홈스쿨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환상 없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 대답의 이유다. 아이에게도 홈스쿨이 마냥 이상적이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는 지금까진 이 길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단다.
엊그제 아이와 이 연재 글에 대한 대화를 시작했다가 사회성에 대한 주제로 흘러갔다. 현재 아이가 사회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이랬다. “홈스쿨을 하고 거기다 코로나까지 되어서 친구들을 못 만나고 있지만 사회성은 전혀 걱정하지 마. 초등 6학년 동안 많이 연습했고, 엄마가 말하는 사회성이 지금은 정리되고 있는 것 같아. 아이들 속에서 스트레스를 계속 받는다고 해서 사회성이 꼭 길러지는 건 아닌 것 같아. 지금은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아서 좋아.” 힘이 있는 목소리였다.
지금은, 가족이 함께 다시 여행 중이다.
오후 스케줄은 아이가 제안한 <포도 뮤지엄> 전시였다. 주제는 “너와 내가 만든 세상_제주 편”. 혐오와 편견에 대해 아프게 현실적이면서도 놀라운 상상으로 표현해낸 작품들에 감탄하며, 뮤지엄 안에 있는 내내 우리는 감탄사 외에는 침묵 가운데 경의를 표현했다.
이번 여행에서 전시를 제안하고 전시에 몰입하는 아이의 모습과, 올레 6길을 걸으며 힘들지만 끝까지 클린올레를 감당하는 아이를 보면서 새로운 생각을 또 하나 얹는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바라보기를 시작할 수 있겠구나.’ 2년 만에 재개된 여행은 그동안 잊었던 것과 더불어 새로운 것까지 더불어 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