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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Oct 28. 2021

홈스쿨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한 이유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쉽지 않은 길, 맞다.

홈스쿨을 준비하면서 관련 책을 많이 읽진 않았다. 시중에 출판된 책들 중에 우리가 쫓아가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책 보다 부러움을 자아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지금도 고마운 책도 있지만 그 책마저도 우리가 원했던 “결국”은 아니었다.


홈스쿨러로 자라서 “결국” 국내외 굴지의 대학엘 입학했다거나,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일찍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었거나,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달고 어떤 성취를 해냈다거나 하는 등의 이른바 ‘성공 스토리’가 아닌 책을 읽고 싶었다. 물론 '성공'이라 불리는 스토리를 담은 책이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평범한 아이, 평범한 가족에겐 먼 이야기였고, 막연한 이 길을 시작하며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 싶었다.


우리 이웃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아이가 먼저 걸어간 홈스쿨 이야기가 필요했다. 어쩌면 그런 이야기가 담긴 책이 어떤 출판사의 리스트에 떡하니 존재하고 있음에도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홈스쿨을 시작하려는 다음 누군가에게 하나의 자료라도 더 존재하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보다 조금 더 홈스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 글이 쓰고 싶었다. 평범한 아이와 평범한 부모가 홈스쿨을 시작한 이야기를.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로, 이미 성인이 된 이후에 쓴 이야기가 아닌 걷고 있는 중에 쓰여진 이야기를.      


그렇다면 우리 가족이 홈스쿨을 통해 바라는 “결국”은 무엇일까.

결국에 대해서는 솔직히 전혀 모르겠다. 결국에 무엇을 원해서 이 길로 가기로 한 것일까, 원하는 것은 있었나.

하지만 우리가 “결국”에 원하는 건 몰라도,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안다.

나중을 위해서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 지금 웃는 것.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느라 오감을 잠재우고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내 곁에 이 아이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나의 자랑거리로 삼고 싶은 요상한 욕심이 들 때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 조금 더 자주 "지금"을 생각한다.

4,5년이 지나 아이에게서 “나를 설득해서 입시 공부를 하게 하지 그랬냐”는 원망 섞인 말을 듣지 않겠느냐 하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어디에서 온 자신감인지 솔직히 그런 말을 들을 거라는 걱정은 생기지 않는다. 이 선택에 대한 믿음인지 아이에 대한 믿음인지 그것도 아님 너무 낙천적인 건지.

그런 원망을 듣기보다는 그때쯤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길 초입에 어떤 모양으로든 서 있을 거라는 흐릿한 기대를 한다. 친구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직장에 들어가는 것보다 느린 걸음일 수 있고, 그로 인한 불안에 나도 함께 흔들리며 서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 날에 도전과 실패를 만나는 것이 귀하다는 것을 알도록 그저 도와주고 싶다.


우리는 “지금” 행복하려고 이 길을 선택했지만 웃음소리만 들리는 날들의 연속은 아니다. 우왕좌왕, 고래고래, 우당탕탕 소리도 자주 들린다. 하지만 그렇게 굴러가는 중에도 같이 웃을 수 있는 꼬투리를 찾아내는 힘이 자라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니, 홈스쿨을 깊이 고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자신을 믿고 아이를 믿고, 이 길이 주는 힘을 믿고 가보셔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오래오래 고민하시고, 가족 모두 머리를 맞대고 떠드는 시간을 많이 많이 가지신 후 결정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홈스쿨과 상관없이 아이를 키우는데 작은 부분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것이 있다면, 단 한 가정에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이 글을 쓴 보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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