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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30. 2021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겨울

공들여 치운 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녹아내리고 그러다 조금 더 지나면 땅까지 녹아서 질척거리는가 싶더니 또 그 위에 눈이 쌓여서 발이 푹푹 빠지고- 

눈 속에 뭐가 있었던지 언제 새로 갈았다고 타이어에 펑크까지 내고 나니 이제는 정말로 겨울이 지긋지긋해서 얼어붙은 공기는 근처도 가기 싫어졌다. 

이번 눈은 언제 녹나, 집에는 언제 갈 수 있을까, 괜히 새로 산 사진집이나 뒤적거리고 있으면 오후 햇빛을 타고 튤립 향이 퍼졌다.  

살구색 튤립을 넣었다고 생각했던 컵 속에서 자란 빨간 튤립도, 벌써 때 묻기 시작하는 아크릴 창문도, 그 너머로 이제는 쳐다보기도 싫던 눈도 그냥.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비슷한 생각이 들어서 조금 더 보고 있었다. 

내일 몇 송이만 더 늘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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