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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31. 2021

늑대의 달

겨울

바람소리라도 낮게 차면 그게 무서운 김에 잊어버리고 지날 텐데 어느 밤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 하나 안 날 만큼 조용해서 내 몸이 내는 소리만 귀에 거슬린다.   

비어있는 시간이 싫어 뭔가로 자꾸 채웠는데 그게 얼어붙은 계절에 바둥대는 꼴이 추위에 손발이 굳은 줄도 모르고 마음만 앞서가다 몸은 저만치 뒤에 두고 온 것 같았다.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린 늑대가 어느 겨울밤에 숲 속 가득 울음소리를 내면 그때가 그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고 아무리 신나게 새해를 축하하며 덮어봐도 1월은 참 휑한 계절이다.

외국계 회사들을 상대로 일했을 땐 12월 말부터 시작해서 1월 내내 이메일도 안 받고 연락두절이 되는 걸 보며 그냥 미친놈들인 줄 알았는데 계절 따라 한걸음 떼고 움직여보니 그즈음이 뭘 하던 안 하던 별 차이 없는 공백 기간이었다.  

어느 밤에 포수랑 마주쳤다가 총 맞는 줄 알고 한번 놀라 봤더니 모양새는 빠지겠지만 총알 박히는 건 싫어서 클럽에서 분위기 띄우는 사람들이 몸에 걸치는 조명 달린 옷이라도 입어볼까 했는데 또 그랬다간 신고받고 올 경찰들에게 일일이 해명하기 귀찮아서 그만뒀다.

숲 속에서 휘황찬란한 조명을 뿜어대며 걸어 다닐 내가 등신 같아도 든든할 것 같긴 했는데 그래도 역시 밤길은 쫄아붙어서 조금 초라하게 다니는 맛이 잘 어울린다.

그래도 그 길고 추운 밤을 같이 걸어서 덜 외로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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