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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Feb 08. 2021

별소리

겨울

내 평생 밤하늘에 대해 아쉬운 기억이 하나 있다면 12년 전 인도 라자스탄 주에 있는 자이살메르라는 사막에서의 기억인데 정말 한 가지 빼고는 다 좋았었다.  

해질 무렵의 지평선은 모래 언덕 너머로 노을이 밤하늘에 녹아들 듯 푸른색이 오렌지색을 집어삼켜갔고 주변의 잔가지들을 모아서 피운 모닥불에 낙타 몰이꾼들이 구워주던 빵 냄새도 기억이 날 정도로 거기까진 정말 좋았다.

그땐 좀 정신이 오락가락할 때라 겨울 동안 혼자 고독에 몸서리쳐보고 싶어 갔던 곳이 사막이었는데 겨울 사막이 그렇게 추운 건 밤이 돼보고 알았었다.

혹시 몰라 가방에 생강 가득 썰어 넣은 화이트럼 한 병을 넣었던 게 이때다 싶어 한두 모금 들이키니 그런대로 추위는 누그라들었다.

'이제 안 추우니까 그만 마셔야지'처럼 숭고한 생각을 할 줄 알던 위인은 아니었고.

비어버린 병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생강 조각들이라도 끄집어내려다 몰이꾼들이 별구경 안 하냐는 말에 하늘을 봤었는데 그때가 내가 유일하게 억울해하는 한 조각이다.

독주를 한병 들이켰더니 그 밤하늘이 그냥 새카매 보였던 거지.

옆에서 밤하늘이 참 예쁘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그 동태눈에 그게 보였을 리가 있나.

그 와중에 사진은 언제 찍어놨었는지 검은색 화면이 예전 카메라에 한 장 남아있다.

요즘 그믐달이 뜬 날 숲 속에서 하늘을 보면 별들이 나무쟁반을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꾹꾹 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 같은데 그게 되게 약 올리는 소리같이 들린다.

넌 그날 못 봤지? 뭐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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