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직업이 될 수 있을까?

by 조민성

취미가 직업이 되다.


취미로 꽃 키우는 걸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의 취미가 너무 좋아 아예 직업으로 농장을 차리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런 경우와 관련된 질문은 강의 때마다 많이 받는다.


"꽃 키우는 걸 너무 좋아해서-"


"일하면서 스트레스받기 싫어서-"


"꽃은 그 자체로 예쁘니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혹시나 안 팔려도 내가 키우면 되니까-"



꽃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그 단어가 들어가면 묘하게 현실감각이 부드러워지는데 이 단어를 '치킨'으로 바꿔보자.


"취미가 치킨 먹는 건데 치킨집을 차리려고 합니다"


"치킨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일하면서 스트레스받기 싫어서-"


"치킨은 그 자체로 맛있으니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혹시나 안 팔려도 내가 먹으면 되니까-"


이렇게 바꿔보면 취미를 직업으로 바꾼다는 개념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자신의 배우자가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완벽해진다.




무엇이 가장 다를까?


치킨집은 잘 모르겠지만 꽃 농장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우선 취미가 직업과 가장 다른 점은 노동과 경제성이다.


취미는 애초에 노동, 정확히 말하면 '근로'라는 개념이 없고 그 행위로 인해 수익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다.


취미일 때는 예쁜 꽃이 있다면 용돈으로 들여와 키우기도 하고 꽃이 피거나 한두 개씩 늘어나는데서 소소한 기쁨들을 느끼며 매일같이 물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직업은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행위이고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하면 가장 작은 단위의 생활부터 흔들리기 때문에 반드시라고 할 만큼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예쁜 꽃이 보일 때면 수익성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고 그 꽃을 키우는데 모종 값은 물론 필요한 부대비용과 하다못해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는 행위마저 인건비로 포함시켜야 한다.


때문에 직업과 관련된 모든 행위는 근로라는 행태가 되며 점차 수익과 관련 없는 행동들이 줄어가는데 , 이때부터 점점 직업이 되기 전의 개인적인 기쁨들은 줄어간다.



'이러려고 시작한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회의를 느끼는 와중에도 수익이 난다면 조금 낫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특히 전업으로 돌아선 경우엔 이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생계와 관련된 정도만큼 깊어진다.




농장 경영을 방해하는 의외의 복병


농장을 경영하며 겪는 어려움은 정말 수도 없지만, 기술적이나 상업적 문제를 떠나 근본적으로 방해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꽃에 대한 애정'이다.


조금 더 명확하게 얘기하면 '꽃에 대한 욕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꽃을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왠지 편안한 표정으로 꽃을 가꾸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생각보다 내면에는 꽃에 대한 욕심과 집착이 대단하다.



어느 취미나 그런 부분들은 있지만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품종과 규모에 집착하는 소유욕은 정원을 천천히 거니는 편안한 표정과는 상반되는지라 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 욕심이 충족된 만큼 표정이 더 편안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꽃에 대한 욕심은 결국에 농장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막상 농장 경영을 시작했을 때 굉장한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취미와 직업의 경계가 가장 확실하게 그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게 최고야"와 "이건 안 팔아"


농장의 입장에서 꽃이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은 바로 제값에 팔려 수익이 나는 때이다.


보통 꽃 농장을 꽃에 대해 아예 문외한이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꽃 몇 가지 정도는 있기 마련이지만 "이 꽃이 최고야"라는 판단을 자신만의 주관으로 판단하는 경우, 구매자가 공감하지 못하는 순간 재정에든 자존심에든 굉장한 스크래치가 남는다.



내 눈에 너무 예뻐 보여 가지고 왔던 모종들이 전부 재고로 돌아서는 순간부터 애정이 남아있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한쪽에 내팽개쳐 두다 죽고 나면 거름으로 쓰게 된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경우는 자기의 판단이 옳았던 운이 좋았던, 정말 남의 눈에도 예뻐 보이는 꽃을 찾았을 때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꽃 욕심이 깨어나는 경우다.




안 판다.


실제로 이런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취미에서 건너온 만큼 누구나 정도의 차이만 있지만, 심한 경우 정말 수익활동은 뒷전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꽃들만 한가득 늘어놓은 채 꽃 전시를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그런 행위를 통해 보람도 느낀다.



진심으로 수익활동에 대한 큰 필요성 없이 그런 길을 확고히 걸어간다면 거기에 대해 타인이 개입할 이유는 없지만 만약 그 일이 생업이라면, 더 나아가 수익이 당장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신이 꽃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을 정신승리의 도구로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치킨집 사장이 도통 팔리지 않은 치킨들을 혼자 먹으며 '치킨을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정작 집에서 배우자가 몇 달째 밀린 고지서들을 보며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건 비극이다.




취미와 직업 사이의 거리


취미는 취미일 때의 장단점이 있고 직업으로 바꾸게 되면서 생기는 장단점도 있기 때문에, 취미로 남길 것인지 직업으로 뛰어들어 볼 것인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해준 적도 딱히 말린 적도 없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그 둘이 절대 같은 집에 살진 않는다는 점이다.


정말 울타리 맞대고, 백번 양보해 마당 하나를 공유하는 경우는 있어도 서로 다른 집에 사는 남남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스트레스받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시작하게 되면, 내가 좋아했던 취미는 말 그대로 '일'이 되고 결국 같은 지점에서 같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한편으로는 취미일 때는 몰랐던 일들을 알게 되고 혹시나 그런 부분에서 새로운 보람이나 기쁨을 찾을 수 있다면 조금 더 에너제틱하게 자신만의 경영을 할 수 있게 되고 그런 에너지는 전반적으로 좋은 결과까지 이어진다고 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결국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는 백번 동의하지만, 취미였을 때의 기쁨은 당분간 내려놓는 게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가는 슬픈 과정인 것 같다.


그리고 이 과정은 대부분 편도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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