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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04. 2020

추식구근 보관하기

추식구근 보관하기


추식구근을 보관하는 일에 앞서 가장 중요한 순서는 무엇일까?



바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보관할 것인가'라는 기간을 정하는 일이다.


계절에 따라 보관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보관하는 기간도 달라지기 때문에 구근을 보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는 반드시 우선적으로 정해야 하는 순서다.



구근을 보관한다고 하면 뭔가 복잡한 방법이 있을 것 같고 준비가 많이 필요할 것 같지만 의외로 불필요한 부분들을 제외하고 나면 시기는 물론 방법도 아주 간단하고 단순해진다.




구근을 보관하는 시기는?


구근을 보관하는 시기는 당연히 구근을 '심을 수 없는' 시기다. 



이 시기에 대해 개인적인 일정과 이유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식물의 입장에서 추식구근이라고 부르는 수선화, 튤립, 히아신스, 무스카리, 블루벨 등의 식물들은 생육 특성상 언제 심을 수 있고 언제 심을 수 없을까?


사실 국내 내륙지방의 겨울에서 월동이 가능한 품종이라는 조건 하에 추식구근은 '언제든지' 심을 수 있다. 



봄은 당연히 생물들의 활동이 깨어나는 시기고 추식구근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기온을 가지고 있다.


여름은 추식구근이 활동을 멈추는 시기로 어찌 보면 가장 옮기기 편한 시기인데 고온 다습한 환경이 구근에게 안 좋을 것 같지만 국내 활엽수림 근처의 땅 속은 토양 위 야외보다 시원하고 적당한 습도가 유지되며 양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숨을 고르고 토양에 적응할 수 있는 시기다.



가을은 겨울이 오기 전 구근이 휴면기에서 깨어날 정도의 냉기를 줄 수 있는 시기고 조금 이른 가을에 심는다면 여름 동안 무성히 자란 잡초들과 낙엽이 자연적으로 겨울 동안 땅을 덮어줄 준비를 하는 시기다.


겨울의 추위는 추식구근에게 강한 위협이 될 것 같지만 땅 속은 시베리아의 냉기가 쉽게 침범하기 힘든 구역이며 지표면에 건초나 낙엽이 얕게나마 깔린다면 월동이 가능한 구근식물들에게는 전혀 위협적인 부분이 아니다.



이렇듯 추식구근은 '사계절 내내 심을 수 있는 식물'이기 때문에 심을 수만 있다면 굳이 보관해야 하는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추식구근을 심기 어려운 시기


국내 야외에서 1년 동안 추식구근이 심어지는 데에 식물 자체가 가진 어려움은 없다.


결국 추식구근이 계절에 심어지지 못하는 건 외부적인 요인, 그중 대부분은 사람에 의한 이유가 많다. 



봄에 구근을 심다 낭패를 보는 건 심는 사람이 싹이 나버린 구근을 보고 겁을 먹어 너무 얕게 심는 바람에 땅속의 냉기를 충분히 받지 못한 구근이 바로 휴면기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싹이 나고 꽃이 핀 구근을 무리해서 옮기다 구근을 상하게 한다던지, 수염뿌리를 함부로 뜯어버리는 경우 심하면 물체 자체가 쇼크로 죽는다.



휴면기에 들어가는 여름에는 큰 사고가 없지만 이때 역시 싹이 없어진 구근을 찾느라 땅을 뒤적이다 호미로 구근을 찍어버린다던지, 물이 고여 구근에게 적합하지 않은 땅을 구분 못했다던지, 지표면에 단열을 해줄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어 달궈질 대로 달궈진 땅에 심었다던지의 실수를 범한다.



장마기간에 땅이 질어 심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비만 오면 구근을 심지도 못할 정도로 물에 잠기는 땅에 과연 추식구근을 심어야 할까?', 내지는 '꼭 그 상태로 심어야 할까?' 마지막으로 '왜 그 시기에 추식구근이 땅 밖에 나와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가을은 식재 깊이와 지표면의 단열을 지키지 않아 겨울 동안에, 혹은 봄이 오면 여러 경로로 죽는다.


경기도권과 강원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의 경우 한겨울에는 지표면이 얼어 물리적으로 심지 못하는 이유가 생긴다.

(경상북도 북부를 포함한 타 지역도 겨울에 굉장히 추우며 지형과 위도에 따라 땅이 어는 곳이 많다)



이때 지표면이 본격적으로 어는 시기는 1월부터 2월 중순까지로 1년 중 약 40일, 지형에 따라 50일 정도의 기간은 장비를 쓰지 않는 이상 얼어버린 땅을 깨고 구근을 심기가 힘들어진다.


이 기간은 1년 365일의 14%, 백번 양보해 장마기간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15% 선에 그치므로 1년의 85%는 구근을 심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야외 정원의 경우 '땅을 팔 수 없을 정도로 얼어 녹을 때까지만 어쩔 수 없이 보관하는 기간'이 1월부터 약 40일에서 50일이라는 답이 나온다.


가급적이면 365일 중 구근을 심을 수 있는 늦겨울부터 다음 초겨울 320일 동안에 심는 것이 상책이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보관하는 경우 중책으로 땅이 어는 한겨울 약 40일 동안 구근을 보관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구근 보관하기에 앞서-


어느 시기에 있던 구근이라는 식물기관은 땅 속에 있어야 하는 기관이므로, 땅 속에 식재된 상태가 아니라면 어떻게 보관해도 식재된 상태보다 불리하다. 



그러므로 반드시 겨울철 토양 속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주되 보관기간을 최소로 잡아야 하며 땅이 심을 수 있을 정도로 녹았다고 판단되는 순간부터 어떻게 해서든지 심는 것이 맞다.


구근 보관은 당연히 거쳐가는 절차가 아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임을 숙지해야 한다.




 구근 보관하기 - 창고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구근을 창고에 보관한다.



이때 구근을 보관하는 창고로서 적절하지 않은 부분을 확인해준다. 


1) 습하고 눅눅해 곰팡이가 피는 창고 - 구근에도 곰팡이가 핀다.


2) 통풍이 전혀 되지 않는 지하창고 - 습도가 점점 높아진다.


3) 난방온도가 영상 15도를 넘어가는 창고 - 구근이 싹을 올린다.


4) 햇빛이 지나치게 들어오고 건조가 심한 창고 -구근이 마른다.


5) 영하권의 온도가 계속되는 창고 - 심한 경우 구근이 냉해를 입는다.


위와 같은 부분이 있다면 임시 창고로 썩 좋은 창고는 아니며 개선이 가능하다면 개선해서 사용한다.



이때 구근을 신문지나 박스에 넣어 보관해준다면 온도 변화나 습도 변화에 훌륭한 완충장치를 해줄 수 있으며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담아 자칫 서로 짓눌리는 일이 없도록 해준다.




구근 보관하기 - 땅 속


구근을 알맞은 장소에 보관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최소 세 가지가 있다.


1) 지속적인 저온을 받음으로써 겨울 동안 받아야 하는 냉기를 충족하게 해 준다.


2) 적당한 습도가 유지되어 구근의 표면이 마르지 않도록 해준다.


3) 온도 변화가 적기 때문에 구근의 생체리듬이 깨지지 않는다.



이 세 가지가 자연적으로 지켜지는 곳이 땅 속이다.


통풍이 되는 김장독을 땅에 묻어두는 방식과 흡사한데 그물망이나 박스에 넣어 땅속에 묻는 방법은 토양 외부에서 보관하는 방식보다 훨씬 적합해 보이지만 이 부분이 의외의 단점으로 작용해 장기간 보관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된다.



너무 적합한 환경이기 때문에 구근 식물은 자신이 완전히 심어진 듯한 착각에 빠지고 생육 활동을 시작해버리는데, 땅속에 묻어 보관하다 2월 중순이나 3월로 넘어가는 경우 뿌리와 싹이 자라 서로 엉키면서 낭패를 보기도 한다.



땅속에 묻는 건 일주일 이내로 다시 꺼낼 예정이거나 2월 중순 경 생육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식재를 할 수 있을 때 적합하다.




잘못된 보관법들


흔히 알려진 보관법들 중 단편적인 부분들만 알려져 결과적으로 잘못된 보관법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다.  



기본 원리는 구근이 흙 속에 들어가 있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쾌적함, 일정한 온습도를 유지 켜주면서 뿌리가 내리지 않도록 보관하는 것이니 유념해서 상황에 맞게 보관 방법을 조절하면 된다.


<잘못된 보관법> 


1) 무조건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 보관 시의 구근은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분 보충이 전무한 상태로 수분 손실을 줄여줘야 한다. 습도는 30% 내외가 적당하며 너무 필요 이상으로 건조한 경우 지속적으로 구근의 표피가 마른다.



2) 껍질을 까서 보관한다.

: 1번의 경우와 같은 차원에서 껍질은 구근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건조와 과습으로부터 구근을 보호하며 온습도, 물리적 충격으로부터도 보호해주기 때문에 식재 상황이 아니라면 함부로 제거하지 않도록 한다.


3) 소독한 후에 보관한다.

: 소독이 나쁠 이유는 없지만 영상 10도 이하의 저온과 30% 이하의 습도에서는 부패균의 증식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보관 환경이 알맞다면 사실 상 소독이 불필요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차피 오래 보관할 예정이 아니고 세척 이후의 건조 과정까지 생각한다면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작업이다.


4) 화분에 심어둔다.

: 미니 온실이나 증축형 테라스에서 보통 이 방법을 많이 시도하는데 이유는 난방이 되지 않아 정상적으로 키우기에는 조금 춥지만 바깥보다는 따뜻하니 월동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크다.



여름에는 상관없으나 겨울철에 이런 식의 보관법은 어중간한 온도 변화로 오히려 구근의 생육 활동을 재촉하게 된다.


난방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온실이나 테라스는 밤에는 극심한 저온으로 떨어지고 낮에는 오히려 필요 이상의 고온이 돼버리는데 이때 추식구근들은 낮에 싹을 올리고 결국 물이 물이 필요하게 되며 밤에는 냉해를 입길 반복한다.

  


5) 흙을 같이 담아 보관한다.

: 흔히 저온창고에 백합 구근을 보관할 때 이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전혀 범용적인 방법이 아니다.


백합 구근은 스스로 껍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보습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피트모스에 넣어 보관하고 싹이나 수염뿌리가 내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흙이 얼 정도의 온도까지 내려서 보관한다.


이 방법을 다른 구근에 어설프게 적용하면 냉해를 입히거나 반대로 싹과 뿌리가 엉망으로 자라 못쓰게 된다.



6) 집 안에 보관한다.

: 실내 온도가 영상 10도 이하의 비교적 건조한 장소라면 가능하다.


7)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만약 구근만을 위한 냉장고가 아니라면 음식에서 나오는 각종 방부제 성분, 불규칙적인 습도, 냉장고 내부에 존재하는 각종 부패균들로 인해 냉장고가 그렇게 좋은 보관장소는 아니다.  





실내에서 화분으로 키우는 경우


위 내용들은 모두 야외에 구근을 심는 경우로 실내에서 화분으로 키우는 경우에 해당되는 내용은 없다. 



실내는 겨울 중에도 추식구근을 심고 키우는 게 가능하며, 유일하게 구근을 수확하게 되는 시기가 꽃이 진 후 화분이 자리만 차지하기 시작할 때인데 이때 역시 수확한 구근을 따로 보관하기보다는 잎이 마르기 전에 야외에 묻어주는 편이 좋고 상황에 따라 수확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꽃을 피우는데 많은 양분을 소모하는 추식구근들에게 실내 화분에서의 환경은 항상 양분이 모자라는 환경으로 화분에서 활동했던 구근들에게는 흙 밖에서 쉴 여유가 없다.



실내에서의 역할이 끝난 구근들은 가급적이면 다시 토양으로 보내 양분을 회복시키고 생체리듬을 다시 찾아주는 편이 식물에게 좋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다시 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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