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과정은 곧 에너지로 치환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식량부터, 크게는 창조적 활동까지, 유형이든 무형이든 모든 것은 에너지에 기반한다. 따라서 인간의 경제활동 또한 곧 에너지의 흐름에 기반한다. 경제학에서 흔히들 이야기하는 1차~4차 산업혁명이란 살펴보면 즉슨 인간이 어떻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냐를 설명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1차 산업혁명은 인간이 그저 자연이 제공해준 에너지를 자연적으로 사용하던 것에서 기계적인 동력으로 전환하여 이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사건이었고, 2차 산업혁명은 그 동력에 쓰이는 에너지를 증기에서 전기로, 한 단계 가공된 형태로 바꾼 것을 의미하는 사건이었으며, 3차 산업혁명은 지식정보 혁명으로 인간이 에너지를 투입하여 생산할 수 있는 재화가 현실에서 가상의 공간으로까지 넓어졌음을 의미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자동화"된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이런 혁명의 전환기마다 에너지의 수요는 폭증했으며, 이 엄청난 에너지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1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엄청난 벌채가, 그리고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엄청난 화석연료 채굴이 이루어졌다. 에너지 가격이 높아진다는 것은 곧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재화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기에 경제를 설계하는 이들에게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인 목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에너지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경쟁은 엄청난 탄소배출의 증가로 이어졌으며, 이는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이제 막 4차 산업혁명의 진입하려는 이 시기에, 인간은 기후위기라는 복병에 에너지 단가를 높일 수밖에 없는 압력을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에너지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지만 화석연료를 통한 발전을 늘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건설기간이 오래 걸리고 운행에 많은 기술이 필요한 현재의 원자력발전을 광범위하게 채택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신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또 한 번 폭증할 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감당한다는 건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결국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인간이 한 차원 발전된 에너지 공급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다.
화석연료 발전만큼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어 광범위하게 채택되기에 쉽지만 탄소배출량은 극도로 적거나, 혹은 한번 설치한다면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효율성을 가지거나, 두 가지 조건 모두 충족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상이다. 그러나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 높은 선택지는 모듈형 원자로, 그리고 핵융합 발전이다. 이 두 가지 선택지가 실현된다면 에너지의 비용은 0에 수렴할 것이고, 인간의 경제활동은 그야말로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다.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은 에너지 혁명에서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