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불안한 시대, 왜 ‘사회주택’인가

최경호,『어쩌면, 사회주택(2024)』

by 도시작가

한국 사회에서 ‘집’은 언제부터 삶의 터전이 아닌 시험의 문제로 변했을까. 치열하게 일하고도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지고, 부동산은 삶의 공간이 아니라 투자 수단으로 다뤄진다. 어느새 집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그림의 떡’, 다수에게는 생존을 위한 불안의 상징이 되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어쩌면, 사회주택》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주거란 무엇이며, 누구의 권리인가?


이 책은 주택을 ‘자산’이 아닌 ‘공동의 삶을 위한 사회적 기반’으로 회복하려는 시도다. 저자는 건축과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네덜란드 헤이그 대사관 선임연구원과 서울시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장을 역임한 전문가로서, 정책과 현장의 경험을 통해 사회주택의 가능성과 한계를 조명한다.



전세 시스템의 한계와 대안으로서의 사회주택

책은 전세 제도의 구조적 모순에서 출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전세의 본질은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고, 세입자의 보증금마저 위태로워지는 것”(p.28)이다. 이는 단순한 전세 사기 문제가 아니라, 상승을 전제로 한 ‘지속 불가능한 약속’, 즉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일종의 주거형 폰지 구조(신규 참여자의 돈으로 기존 참여자의 수익·권리를 유지하는, 지속 불가능한 돌려 막기 구조)였다.

한때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라 불렸던 전세가 이제는 주거 미끄럼틀로 작동하며, 세입자의 삶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세금 만능주의 이전에, 전세로부터 세입자들을 질서 있게 구출하기 위한 세심한 대책”(p.29)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주택은 바로 그 대안의 하나로 제시된다.


‘3자 협력의 주택’: 사회주택의 정의

저자는 사회주택을 “호혜성을 바탕으로 공공의 지원을 활용하여 주거 선택권을 확장하는 주택”(p.66)으로 정의한다. 공공, 사회, 시장이라는 세 부문이 협력하여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주거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구조다. 사회부문은 ‘호혜와 연대’, 공공부문은 ‘정당성을 바탕으로 한 감독과 지원’, 시장부문은 ‘선택과 효율성’을 맡는다. 이러한 조합 속에서 사회주택은 ‘3자가 협력하는 주택’으로 자리 잡는다.


협력의 방식도 다양하다. 공공이 토지를 제공하고 사회적 기업이 건설을 맡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공공의 보증을 바탕으로 민간이 건축비를 조달하는 사회주택 리츠, 혹은 공공이 대부분의 재원을 담당하고 사회적 기업은 기획과 운영을 맡는 형태 등이 그것이다(p.68).


해외 사례와 한국의 현장

2장에서는 사회주택이 어떻게 등장하고 정착했는지를 국가별 사례를 통해 살핀다. 네덜란드의 사회적 기업형 모델(사회책임적 운영), 오스트리아의 공공-사회 협력형(임대시장 안정화), 덴마크의 협동조합형 모델(입주자 자치)등이 그것이다. 사회주택은 각국의 역사와 제도에 따라 달리 발전했지만, 모두 시장과 공공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제3섹터’의 사회적 역할을 제도화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3장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한국 현실 속에 구체화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취미·창업·예술 활동 등 라이프스타일·커뮤니티 기반 셰어하우스형 사회주택, 고시원 등 노후주택 리모델링을 통한 서울시 임대주택, 지역사회 돌봄망과 연계한 통합형 사회주택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저렴한 임대료 이상”을 목표로 한다.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 운영을 맡아 입주자 공동체, 문화 교류,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는 방식의 다양성’을 실험한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돌봄통합지원법과 장애인 자립생활 체계 구축 연구를 주력으로 하는 서평자는 특히 "돌봄과 사회주택(170~201)" 부분을 눈여겨봤다.

발달장애인의 고립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서울 은평의 다다름하우스(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과 소셜 디벨로퍼 아이부키 합작), 노인 돌봄을 통합 지원하는 부산 북구 도담하우스(사회적기업 디자인팩 운영), 병원과 가정 사이의 ‘중간집’을 표방한 케어B&B(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운영) 등이 대표 사례다. 이 주택들은 단순한 임대주택이 아니라, 주거·돌봄·공동체를 함께 설계하는 실험이다. 사회주택에서 돌봄은 공공서비스의 부속물이 아니라, 삶을 유지하는 구조 자체로서 작동한다.


사회주택의 미래와 확장 가능성

4장은 사회주택의 다음 단계, 즉 제도적 확장과 미래 방향을 논의한다. 공공택지 개발과의 연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친환경 건축, 노후 대비 금융 모델, 그리고 공공주택과의 상호보완적 관계 등이 중심 주제다.

저자는 사회주택을 공급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순환 요소(p.286)로 본다. 즉 공급의 한 형태가 아니라, 주거 생태계 전반을 회복시키는 구조적 장치로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 시각은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집’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더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식으로서의 사회주택을 상상하게 만든다.



주거의 ‘사회적 상상력’을 복원하다

《어쩌면, 사회주택》은 사회주택을 주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집을 사기 전에는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지만, 사고 나면 반대가 된다”(p.34)는 인간적 욕망의 아이러니 속에서도, ‘어디서나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회’를 주거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주택 공급을 시장과 국가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기존 구조를 넘어, ‘시민 사회’라는 제3섹터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자고 제안한다.


나아가 《어쩌면, 사회주택》의 진정한 의의는 사회주택을 단순한 공급방식이 아닌 돌봄과 관계를 회복하는 사회적 상상력의 장으로 제시한 데 있다.


사회주택의 운영자들은 “커뮤니티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입주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p.220)”이라 말한다. 입주자들이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그 안에서 교육·경험·보상이 오가는 ‘생산적 공동체’가 된다. 이 구조는 결국 돌봄의 사회화, 즉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사회적 기반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사회주택 - 관계의 그물망

《어쩌면, 사회주택》은 주거를 다시 ‘함께 사는 집’으로 상상하게 만든다. 집이란 단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삶을 이어주는 관계의 그물망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집을 소유하는 순간부터 오르길 바라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지만, 우리는 더 이상 그 욕망만으로 주거를 정의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집값이 아니라, 집 안에서 서로의 삶이 지속되는 가능성이다.


《어쩌면, 사회주택》은 그 가능성을 사회주택이라는 제3의 모델 속에서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개인의 불안과 사회의 돌봄이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곳—그곳이 바로 사회주택이며, 우리의 주거가 다시 사회적 상상력으로 복원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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