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구라자카의 우동스키
2018년 1월 27일 토요일,
신주쿠구 카구라자카
세 번째 도쿄였다. 카구라자카 또한 세 번째 방문이었다. 2017년에 이틀 연속으로 방문했고, 이번에도 카구라자카를 찾아갔다.
도쿄에서 사는 것도 아닌데, 한 곳을 세 번씩이나 방문하다니 어쩌면 사치일수도 있겠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이 살던 우아한 분위기와 교토를 연상시키는 조용한 느낌이 좋아서 기회가 될 때마다 방문하고 있다.
단골이라 말하기는 우습지만, 카구라자카엔 나만의 단골집이 세 곳 있다. 첫번째는 지금 소개할 우동스키 식당, 두 번째는 독립 서점 느낌 물씬 나는 카모메 북스, 마지막은 내가 최초로 택스프리 혜택을 경험했던 히구치 약국이다.
1년 전에 먹었던 우동스키의 맛을 잊을 수 없어서, 저녁을 먹으러 카구라자카로 갔다. 식당의 이름은 토리자야. 총 세 번의 도쿄여행을 통틀어 가장 맛있었던 식사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조금 불길했다. 1년 전 방문했을 때는 이른 시간이었는데, 이때는 한창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식당 입구의 지배인이 사람이 많아서 족히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된다고 말했다. 입구쪽에 의자 몇 개가 있길래 여기서 앉아서 기다리면 안되냐고 했지만 매정한 지배인은 안된다고 했다. 이해가 안되지만 더이상의 일본어는 무리였다.
안타깝지만 그날은 우동스키를 먹지 못했다. 대신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휴가로 문을 닫아 먹지 못했던 미슐랭 원스타 소바식당에 갔다.
2017년 5월 4일 목요일
미슐랭 원스타라는 소바집, 카구라자카의 ‘교라쿠테이’다.
허탈하게도 골든위크를 맞이하여 긴 휴업을 알리는 메모가 붙어있었다. 어쩔 수 없이 당시 플랜B였던 토리자야로 향했다.
토리자야에 도착한건 6시 무렵이었다.
웨이팅 없이, 바로 바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2018년에도 30분만 일찍 왔으면 문전박대는 없었을 것이다.
토리자야는 낮에는 오야코동, 저녁에는 우동스키가 유명하다. 우동스키는 우동 스키야키로, 이를테면 우동전골이다.
토리자야는 도쿄의 식당이지만, 간사이 지방 음식을 팔았다. 우동스키는 오사카의 명물이고, 유바 사시미는 교토의 향토 음식이다.
두부를 끓인 후, 위에 생긴 막을 건져 굳힌 것이 유바이다. 교토는 물이 맑고 콩의 품질이 좋아 유바 요리가 유명하다. 교토에 갔을 때도 먹지 못한 유바를 도쿄에서 비로소 먹게 되었다.
본래 두부였기 때문에 맛은 두부와 비슷하지만 질감은 상당히 다르다. 곤약을 먹는 느낌과 살짝 비슷했다. 와사비, 간장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개인적으로 두부보다 훨씬 맛있어서 1,000엔에 가까운 금액이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유바 사시미가 다 맛있는건 아닌지, 1년 후 교라쿠테이에서 먹은 것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드디어 우동스키가 등장했다. 기모노를 입은 할머니가 전골이 끓을 때까지 냄비를 봐주셨다. 스키야키에 들어간 재료가 상당히 푸짐했다. 가게 이름에 ‘새’라는 뜻의 ‘토리’가 들어가기 때문인지 국물의 베이스는 닭 육수였다.
국물이 끓을수록 살짝 쫄면서 맛은 더욱 깊어졌다.
우동면은 마치 수제비처럼 상당히 두껍고 굵었는데, 그럼에도 질기거나 퍽퍽하지 않았다. 오히려 쫄깃해서 씹는 맛이 있었다.
면, 국물, 건더기의 삼박자가 훌륭히 맞아 떨어진 어마어마한 저녁 만찬이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말차에 가까운 녹차가 나왔다. 배가 불러올때쯤 속을 가라앉히는 비상한 능력이 있었다.
점심 때 런치세트로 먹을 수 있는 오야꼬동은 좀더 저렴하다고 한다. 사실 여행이니 큰맘먹고 먹을 수 있는거지, 객관적으로 저녁 코스는 비싼 가격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에 방문했다면, 한번쯤은 토리자야에서 ‘나를 위한 선물’로 우동스키를 먹어보길 추천한다. 카구라자카 뿐만 아니라 도쿄를 통틀어서도 가장 맛있었던 곳이었다. 어쩌면, 오사카의 우동스키나 교토의 유바보다 더 맛있을지도 모른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도시의 자연과 로컬문화를 사랑하므로, 여행에세이보다는 도시에세이를 지향합니다.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썼고, 도시에세이 <나는 아직 도쿄를 모른다>를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