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노
도쿄를 떠나기 전날 저녁, 숙소 근처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차를 마셨다.
도쿄에 도착한 첫날, 우에노공원에서 마셨던 유자시트러스티를 따뜻하게 데운 차였다. 그땐 여행 첫날의 들뜬 마음을 차가운 차로 진정시켰는데, 이번엔 여행 마지막날의 아쉬움을 따뜻한 차로 달래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유자시트러스티는 차가운 것보다 따뜻한 편이 맛있다. 얼음이 녹아 묽어질 일도 없고, 적당한 따뜻함이 유자의 새콤달콤한 맛을 끌어올렸다.
다음날 비행기는 오후 1시를 넘겨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숙박비 절약에 도움이 되는 밤비행기를 좋아하지만, 나는 체력상의 이유로 낮비행기를 더 좋아한다.
뉴욕 여행 때,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거의 자정에 출발하는 밤비행기였는데 숙소를 체크아웃한지 너무 오래되어 몸상태며 컨디션이며 행색이 말이 아니었다. 아침 비행기는 현지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낮비행기를 가장 선호한다.
지난 두 번의 홍콩 여행에서도 떠나는 날 낮비행기였던 까닭에 아침식사를 든든히 마치고 출발할 수 있었다.
단순히 배가 고파서 아침을 챙겨먹는건 아니었다. 사실 한국에서 평일에 아침을 꼭 챙겨먹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행 가면 점심은 굶더라도 꼭 아침을 먹는다.
그 이유는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중 현지인의 일상을 좀더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때가 아침식사이기 때문이다.
관광지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면 식당은 대개 현지인보다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카페에서 아침을 먹으면 그곳의 일상을 살아가는 현지인을 만날 수 있었다.
런던에 갔을 때도 숙소 근처의 카페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현지인들을 봤다.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 사람,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수다를 떠는 사람들 등등.
또는 간단히 토스트에 커피를 곁들여 마시고 후다닥 출근하는 현지인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여행지에서만큼은 꼭 아침식사를 호텔 조식이 아닌 ‘밖에서’ 챙겨먹는 편이다.
아침의 스타벅스. 다양한 선택지 중 토마토 가지 라자냐를 골랐다. 음료는 또 따뜻한 유자시트러스티였다.
둘이 합쳐 한국돈으로 만 원이 나오지 않았다. 토마토 가지 라자냐의 완성도는 스타벅스가 아니라 정식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판매해도 될 정도였는데 가격은 460엔이라 가성비도 훌륭했다.
우리나라 스타벅스에도 라자냐와 유자시트러스티가 생기면 좋을텐데, 라는 아쉬움은 뒤로 하고 비행기를 타러 서둘러 게이세이 우에노역으로 달려갔다.
편의점에서 바리바리 사온 가루비 포테토칩과 함께 나리타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도시의 자연과 로컬문화를 사랑하므로, 여행에세이보다는 도시에세이를 지향합니다.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썼고, 도시에세이 <나는 아직 도쿄를 모른다>를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