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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Nov 15. 2018

따로 또 같이

내가 사랑하는 생활

2017년 5월 7일 일요일


나는 비 오시는 날 저녁때 뒷골목 선술집에서 풍기는 불고기 냄새를 좋아한다. 커피 끓이는 냄새, 라일락 짙은 냄새, 국화, 수선화, 소나무의 향기를 좋아한다. 나는 사과를 좋아하고 호도와 잣과 꿀을 좋아하고, 친구와 향기로운 차를 마시기를 좋아한다.
(피천득, <인연> 191p 내가 사랑하는 생활 中)


가방이 무거워질까 봐 도쿄 여행​에 가져가지 못했던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을 들고 동네 카페에 갔다.

아이스커피와 빵 하나를 시키고 안락한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 하나 건너 40대쯤 되어 보이는 부부가 각자 책을 펴고 공부 중이었다. 그렇다고 서로 대화도 없이 상대를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만들지는 않았다. 아내분은 가끔 책에서 눈을 들어 미소 띤 얼굴로 남편분에게 대화를 건넸고, 그는 마찬가지로 미소 짓는 얼굴로 화답했다.

사이좋게 공부를 하거나 독서를 하던 사이좋은 부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인이거나, 혹은 동성의 친구일지라도 가끔은 이렇게 서울의 카페에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며 '따로, 또 같이'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러곤 저녁엔 맛있는 저녁을 먹거나 함께 한 잔 하러 가는 거지. 그것이 나의 '사랑하는 생활'이며, 낭만적인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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