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와 호랑이, 그리고 궁예
6월 11일 목요일
회사에서 퇴근하는 길에 부모님과 단골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나는 이미 도착해있었고 부모님은 집에서 출발해서 카페로 오시는 중이었다. 카페로 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에서 고양이를 보고 엄마가 사진을 보내셨다.
두 마리의 노란 고양이가 (나중에 우리가 부뚜막으로 부르게 된) 화단에 앉아 있었다.
엄마가 왼쪽 고양이는 비를 맞았는지 엄청 더럽다고 하셨다. 내가 “오른쪽 고양이는요?”라고 여쭤봤더니 “예뻐”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오른쪽 치즈 태비 고양이는 지난 일요일 저녁에 화단에서 봤던 호랑이였다.
조금 후 엄마가 두 고양이의 또 다른 사진을 보내주셨다. 고양이들은 화단에 앉아있다가 옥탑 위에 올라간 모양이었다. 고양이들은 높은 곳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이곳을 전망대로 생각한 것 같다.
두 마리가 사이가 매우 좋아 보여서, 부부일까 형제일까 궁금했다. 엄마는 형제일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둘 다 남자인 거냐고, “한 마리(호랑이)는 이쁘게 생겼는데 이상하다”라고 했다.
단골 카페에서 나는 와인, 부모님은 레모네이드를 주문하고 앙버터를 나눠먹었다. 3인 테이블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다가, 나는 남아서 공부를 하고 부모님은 먼저 귀가하셨다. 이날 마감시간까지 머무르며 카페 사장님의 코커스패니얼 강아지도 봤다.
이날 고양이 복이 많았는지, 부모님이 귀가하는 길에 계속 고양이 사진을 보내주셨다. 집 근처에 삼색이 고양이도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삼색이 고양이는 갈빗집 근처에서 새끼 고양이들을 키우는 어미 고양이었다.
계곡에 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 사진도 보내주셨다. 한 마리는 턱시도 종인 찰리였고, 다른 한 마리는 궁예였다.
카페가 마감한 열 시경에 집으로 가면서 아직도 계곡 위에 고양이 두 마리가 있을지 궁금했다. 찰리와 궁예는 안보였지만, 바위 위에 노란 고양이가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아까 저녁에 부모님이 보내주신 두 마리 형제 고양이 중 하나인 호랑이의 뒷모습 같았다.
그때, 떠나서 없을 줄 알았던 궁예가 계곡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깜깜할 때 사진을 찍으니 마치 계곡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나왔다. 당시 가족들에게 궁예의 사진을 보내며 “점박이도 자세히 보니 예쁘네요”라고 했다.
자세히 보니 매력이 넘치는 얼굴이었는데, 몸집이 생각보다 컸다. 그래서 장난 삼아 돼냥이라고 불렀다. 그때는 궁예가 수컷인 줄도 모르고 임신한 암고양이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