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예, 찰리, 호랑이
6월 7일 일요일
월요병이 찾아올 일요일 저녁 무렵, 잠깐 밖에 나갔다가 아파트 동과 동 사이의 사잇길에서 고양이를 만났다.
오른쪽 눈에 까만 점이 있고, 등에 하트 모양의 큰 점이 있고 꼬리가 까만 궁예였다.
궁예가 앉아 있는 곳은 급식소가 있어서 여러 고양이들이 왕래했다. 이날은 궁예 옆에 턱시도 고양이 찰리가 앉아 있었다.
사진에서는 궁예가 훨씬 큰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찰리의 덩치가 이 근방에서 가장 큰 편이다. 두 분의 캣맘 중, 머리가 긴 캣맘께 얘기를 들으니 찰리가 여기서 가장 나이가 많다고 했다.
까만 코의 양 옆으로 두 개의 선명한 까만 점이 마치 찰리 채플린의 수염처럼 보여, 졸지에 이름이 찰리가 되었다.
살집이 꽤 있어서, 당시엔 임신한 암컷 고양이인 줄 알았다. 사실은, 긴 머리 캣맘분이 ‘아들’이라 부르는 수컷 고양이인데 말이다.
그때 풀숲에서 노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고양이는 내가 ‘부뚜막’으로 부르는 화단 위로 몸을 드러냈다. 일전에 만났던 청소년 고양이 삼총사와는 생김새가 다른 치즈 태비 고양이였다.
그는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잘생긴 고양이였다. 이마에는 갈색 세로줄이, 콧잔등에는 가로줄이 마치 태극기의 팔괘처럼 선명했다. 위엄 있는 모습이 호랑이를 닮아, 얼마 후 그 고양이의 이름은 호랑이가 되었다.
그것이 나와 호랑이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