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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Aug 11. 2020

호랑이와의 첫 만남

궁예, 찰리, 호랑이

6월 7일 일요일


월요병이 찾아올 일요일 저녁 무렵, 잠깐 밖에 나갔다가 아파트 동과 동 사이의 사잇길에서 고양이를 만났다.

오른쪽 눈에 까만 점이 있고, 등에 하트 모양의 큰 점이 있고 꼬리가 까만 궁예였다.

궁예가 앉아 있는 곳은 급식소가 있어서 여러 고양이들이 왕래했다. 이날은 궁예 옆에 턱시도 고양이 찰리​가 앉아 있었다.

사진에서는 궁예가 훨씬 큰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찰리의 덩치가 이 근방에서 가장 큰 편이다. 두 분의 캣맘 중, 머리가 긴 캣맘께 얘기를 들으니 찰리가 여기서 가장 나이가 많다고 했다.

까만 코의 양 옆으로 두 개의 선명한 까만 점이 마치 찰리 채플린의 수염처럼 보여, 졸지에 이름이 찰리가 되었다.

살집이 꽤 있어서, 당시엔 임신한 암컷 고양이인 줄 알았다. 사실은, 긴 머리 캣맘분이 ‘아들’이라 부르는 수컷 고양이인데 말이다.

그때 풀숲에서 노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고양이는 내가 ‘부뚜막’으로 부르는 화단 위로 몸을 드러냈다. 일전에 만났던 청소년 고양이 삼총사​와는 생김새가 다른 치즈 태비 고양이였다.

그는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잘생긴 고양이였다. 이마에는 갈색 세로줄이, 콧잔등에는 가로줄이 마치 태극기의 팔괘처럼 선명했다. 위엄 있는 모습이 호랑이를 닮아, 얼마 후 그 고양이의 이름은 호랑이가 되었다.

그것이 나와 호랑이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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